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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명분·실리' 주고받은 '출구전략' 통했다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6 16:39

수정 2018.03.26 17:45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 개정 및 미국 철강 관세 협상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 개정 및 미국 철강 관세 협상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철강 관세' 일괄 타결을 놓고 단순 손익계산은 어렵다. 우리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 대(對)미 통상마찰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제거했고, 미국은 '자동차 무역적자 해소'라는 명분과 실리를 챙겼다. 대체로 "선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FTA 개정은 착수 3개월여 만의 합의였고, '철강관세 최종 면제'는 협상 국가 중 처음이다.
애초에 '평평한 운동장'에서 겨룬 협상이 아닌 만큼, 이번 일괄 타결은 우리 측의 유효한 '출구전략'인 셈이다.

26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FTA-철강관세' 일괄 타결 결과에 대해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의 74%가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었다. 미국은 자동차 분야 이슈에 집중했는데, 미국의 한국 시장 접근 요구를 일부 반영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철강 지키고 자동차시장 더 열어
'FTA-철강관세' 일괄 타결 내용의 골자는 △한국산 픽업트럭 관세 부과 20년 연장 △한국 안전기준 미충족 미국산자동차 수입쿼터 확대(업체별 연간 2만5000대→5만대) △미국 무역구제에 대한 절차적 투명성·공정성 의무 장치 마련 △ISDS(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 불합리 조항 개정 △철강관세 면제, 대신에 대미 수출물량 70% 쿼터 적용 등이다.

이 가운데, 미국산 자동차의 '안전기준 미충족' 수입쿼터 확대는 미국 브랜드뿐아니라, 미국에서 생산하는 유럽·일본 브랜드도 적용받는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큰 문제가 안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 본부장은 "5만대라는 숫자는 실제 수입량과 무관하다. 지난해 기준 미국 제작사별 수입물량은 포드 8107대, GM 6762대 등 1만대 미만"이라고 말했다.

철강 관세 25%는 면하게 됐다. 대신 수출 쿼터를 지난해 기준 74% 확보했다. 수출 30% 정도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품목별로 차이가 있는데, 유정용 강관은 수출(지난해 203만t)의 절반을 줄여야 한다. 김 본부장은 "철강관세 면제 합의에 세가지 의미가 있다"면서 △한국이 가장 먼저 국가면제 협상을 마무리했다는 점 △대미 철강수출 3위(2017년 362만t), 중국 수입물량이 가장 많은(1153만t) 불리한 상황에서 이루어낸 결과라는 점 △대미 철강수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20개가 넘는 철강 수출국 입장에서 볼 때 (철강관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관세가 25% 또는 그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 계속 남아있으면 쪽박 차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측은 특정산업 분야에서 얻어낸 것은 없다. 주로 미국의 불합리한 규제에 대한 시정조치와 관련 있는 내용이다.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수준으로 요구한 미국산 자동차부품 의무사용(50%) 요구를 우리 측은 자동차 연관산업 피해를 우려해 수용하지 않았다.

■협상국 '통상마찰 재발 방지' 중요
대미 통상마찰의 급한 불은 껐다. 우리는 쫓기는 입장이었고, 대응도 쉽지 않았다. 불리한 여건이었다. 이런 상황을 단기간에 해소했다는 점에선 우리의 '출구전략'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양면성이 있는데, 앞으로 추가적인 압박을 해 올 경우가 그렇다.

김 본부장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임기간, 대미 통상리스크는 계속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본부장은 "무역구제는 기업 대 기업 영역이라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FTA 개정 타결이후)리스크가 현저히 떨어졌다고 믿고는 싶지만, 실제 그런지를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관세 리스크는 다른 국가 중 가장 먼저 해소한 성과를 냈다. 그러나 그 이후 철강 이외의 품목에서 FTA 교역국간 통상마찰 해소를 담보하는 장치가 중요하다. 미국이 올 1월 착수한 반도체 시장 침해 조사를 비롯, 한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적인 반덤핑 관세 조치 등 여러 건의 추가 압박도 예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종 협정문 합의까지 협정 상대국에 대한 무역구제 조치 안전장치를 구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수입규제 관련 절차 투명성 문제에 대해선 양국이 실무 협의를 추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 타결후 잉크도 마르기 전에 미국이 당장에 말을 바꿔서 통상 압박 수위를 높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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