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페북에 솜방망이 든 방통위 누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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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가입자들은 집 안에서 페이스북에 접속하면 응답속도가 유독 느렸다.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페이스북이 자사 서비스를 통해 지인들과 소통하고 주요 이슈를 확인하는 1200만명(국내 1일 접속자 기준)을 담보로 국내 통신업체들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사건이다.

당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는 페이스북이 망 사용료를 내고 캐시 서버를 운영하는 것에 대한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접속장애(일명 '페북 대란')까지 일으키면서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들과 통신업계를 뒤흔들었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 결과, 페이스북은 지난해 초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의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각사의 망을 통해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이용자의 접속속도를 떨어뜨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금지하는 '이용자 이익저해 행위'다. 관련법에 따라 방통위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시정조치 명령과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이번 방통위 전체회의 의결과정에서 상임위원 5명 중 3명이 '페북 입장'만 대변했다.

지난해 7월 말 4기 방통위 출범 당시 제기됐던 'ICT 철학 부재 및 전문성 결여' 논란도 다시 불거졌다. 실제 공개회의에서 표철수 상임위원은 사태의 본질은 외면한 채 페이스북 본사 관계자가 한국 정부에 '성의 있는 답변을 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만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석진.고삼석 상임위원도 과징금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은 '과징금 수위를 어느 정도 낮출까'에 방점을 찍었고, 고 위원은 "(페북 대란을) 중대한 위반보다는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로 판단한다"라는 '언어유희'를 펼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방통위 사무처가 원안을 고수하면서 페이스북에 대한 '시정명령.과징금 부과'가 이뤄졌지만, 전체회의 의결과정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떨어졌다.

향후 구글(유튜브)과 넷플릭스 등 페이스북과 유사한 형태의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에 대해선 또 어떤 '특혜'나 '역차별' 방안을 제시할지 벌써부터 우려스럽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