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영 행보 나선 이재용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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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구속 신분에서 벗어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움직였다. 출소 후 별다른 행보가 없던 이 부회장이 유럽 출장길에 오른 것이다. 이에 대해 그가 본격적인 경영 활동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유럽에 왜 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그가 자유롭게 해외를 오가며 '일을 한다'는 소식만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여전히 적폐로 규정된 지난 정권과 삼성의 관계를 곱지 않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총 책임자인 이 부회장으로선 조용하게 자숙하는 것이 욕을 덜 먹는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다른 방법을 택한 것 같다. 잘못에 대한 시비는 법정에 두고, 본인의 일을 하는 쪽으로 말이다. 과감히 해외로 간 이 부회장의 결정은 옳다. 이 부회장은 전 세계 50만명이 일하는 직장의 고용주다. 또 우리나라 수출의 30% 이상을 맡고 있는 거대 기업의 수장이다. 언제까지 먼 산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0월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오너로서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후 곧바로 구속돼 기회가 없었다. 기업인은 실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연필도 주지 않고 답을 못썼다'고 나무라는 건 가혹하다.

이 부회장이 구속 수사를 받던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삼성은 마치 자율주행차처럼 경영해왔다. 오너 부재라는 경험해보지 못한 초행길을 시스템에 기대어 더듬으면서 갔다. 그래도 삼성은 그 길에서 반도체 호황을 만나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사실이다. 하지만 '총수가 없으니까 기업이 더 잘된다'는 말은 말도 안되는 말이다. 이 길 역시 이미 몇년 전에 자율주행차의 오너가 내비게이션에 찍어둔 경로다.

삼성 자율주행차는 목적지까지 잘 운행됐다. 문제는 앞으로다. 삼성은 다음 목적지를 찍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맥은 삼성의 다음 경로를 위한 자산이다.


냉정히 보자. 이 부회장이 두 손 놓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국가나 개인에게 어떠한 이익인가. 지난 날의 과오는 법정에서 가리고, 잘못이 있으면 반성하면 된다.

일하지 않는 건 자숙이 아니다. 이 부회장도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게 맞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