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fn 해외 대기획 1탄] 롯데마트, 김치 등 ‘K푸드’로 차별화.. 고급 이미지로 중산층 공략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7 16:31

수정 2018.03.27 16:39

베트남 <3> 유통업계 최초로 베트남 진출한 롯데마트
극장.볼링장 등 복합매장 구성..점포 13곳서 年매출 2660억..한류 붐 힘입어 고급화 성공
2020년 중산층 비중 40%로 캄보디아 등 주변국 진출 기대
베트남 호찌민시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에서 지난 6일 시민들이 한국제품인 '비비고 왕교자'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오은선 기자
베트남 호찌민시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에서 지난 6일 시민들이 한국제품인 '비비고 왕교자'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오은선 기자

【 호찌민(베트남)=오은선 권승현 기자】 베트남 호찌민시 7군에 있는 롯데마트 남사이공점. 1층 출입구로 들어가면 바로 옷 가게와 카페, 음식점 등이 있다. 입점점포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식품매장이 나오고, 2층엔 생활용품 코너와 문화센터 등이 있다. 3층은 롯데시네마를 비롯해 패밀리레스토랑, 볼링장, 당구장이 있다. 주로 식품매장만 덩그러니 있는 기존 현지 마트와 차별화를 꾀한 롯데마트 베트남의 '복합쇼핑몰식' 매장 구성이다.


강민호 롯데마트 베트남 법인장(사진)은 "롯데마트를 복합쇼핑몰 형식으로 꾸민 뒤 위층엔 쇼핑몰, 아래층엔 마트로 건물을 채운 현지 쇼핑몰이 늘고 있다"며 "롯데마트의 느낌을 가져오면서도 한국 제품에만 의존하지 않는 게 롯데마트 베트남의 성공비결"이라고 말했다.

[fn 해외 대기획 1탄] 롯데마트, 김치 등 ‘K푸드’로 차별화.. 고급 이미지로 중산층 공략

■한국화로 고급스러운 이미지

롯데마트는 2008년 12월 호찌민에 남사이공점을 오픈하며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롯데마트 베트남법인의 매출은 2011년 620억원에서 지난해 2660억원으로 6년 새 4배 이상 성장했다.이 기간 점포 수도 2개에서 13개로 증가했다. 이제는 현지 업체인 꿉마트와 빈마트, 태국 기업이 인수한 빅시마트와 함께 베트남 4대 마트로 불린다.

롯데마트의 타깃 고객은 베트남에서 '고정소득이 있는 중산층'이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마트로 나들이를 나왔던 한국 마트의 전성기를 그렸다. 남사이공점이 처음 들어선 위치도 한국기업 주재원이 많은 7군 주변이었다. 연평균 6% 이상의 경제성장률과 함께 중산층 비중이 14%까지 커지면서 롯데마트도 함께 성장했다.

처음엔 한류 붐에 힘입어 '한국 마트 이미지'로 입지를 쌓았다. 남사이공점 1층에 식품매장을 넣고 복합쇼핑몰같이 구성한 것도 한국 마트와 비슷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매장 한쪽엔 김치와 과자, 라면 등 한국 제품만 한데 모아놓은 'K푸드 존'이 마련돼 있다. 현지에서만 판매하는 PB상품들도 제품 하나하나에 한국어를 새겨놓아 "더 고급스러워 보이게끔 만들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쌀국수, 반미(베트남 바게트빵) 등을 즐기는 현지인들로 가득했던 푸드코트 역시 베트남 대형마트 최초로 적용한 한국 마트 콘셉트다. 떡볶이와 김밥 등도 판매하는 델리코너는 현재 최대 15%까지 매출 구성비를 차지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삼시세끼 외식으로 해결하는 베트남인들의 생활습관을 고려하면 매출비중은 20%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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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넘어 동남아로

최근 베트남에선 한국 음식을 판매하는 매장.음식점 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 상품을 찾을 수 있는 한국 마트'로 이미지를 구축했던 롯데마트 베트남법인은 더 큰 차별화가 필요했다. 강민호 법인장은 "한국 상품존과 더불어 글로벌 상품존이 만들어져야 할 때"라며 "전 세계의 트렌디한 상품을 빠르게 보여주는 트렌드세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성공한 제품들은 라오스나 캄보디아 등 주변 국가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롯데마트 베트남은 PB상품 강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올해만 인기 PB제품 130여품목 20만달러(약 2억원)를 미얀마와 라오스 등에 수출했다. 베트남 현지 기업들엔 수출 판로가 열린 셈이다.

■미묘한 제약에도 시장 매력적

베트남 유통시장에 장밋빛 청사진만 있는건 아니다. 최근 현지 업체인 꿉마트와 빈마트의 성장세가 무섭다. 베트남 정부가 외국자본 기업을 환영한다고는 하지만 소비재를 중심으로 하는 유통업 진출은 아직까지 제약이 많은 편이다. 외국 제품을 들여오는 것도 품목 하나하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국가 소유의 부지 이용료가 워낙 비싼 탓에 출점도 쉽지 않다. 그 틈새를 현지 기업이 빠르게 파고드는 중이다. 강 법인장은 "적극적인 규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알게 모르게 외국 유통기업에 허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베트남 유통시장은 외국 기업에 여전히 매력적이다. 소비시장의 성장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주요 소비계층인 20~49세 인구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2020년에는 중산층 인구 비중이 전체의 40%에 육박할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체 소비 규모가 지난해 460억달러(약 49조2890억원)에서 2030년 9400억달러(약 1007조304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롯데마트는 이제 새로운 변화를 준비 중이다.
최근 베트남 내에서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미니마트 출점을 추진하고 업계 최초 마트 내 가전양판점 도입도 준비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점포 수도 87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강 법인장은 "현재 베트남 내 롯데마트 정도 규모의 매장은 100개 정도"라며 "인구가 1억명인 나라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도시화가 더 진행되면 500개까지는 새로운 매장 출점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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