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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채용 비리 뿌리뽑자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7 17:04

수정 2018.03.27 17:04

[여의나루] 채용 비리 뿌리뽑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란 사람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행히도 최근 매우 정의롭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강원랜드가 구성한 합동감사반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부정채용 청탁을 받아들이기 위해 부정채용 대상의 평가 점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채용 결과를 조작했다. 채용비리에 연루된 직원들은 서류전형과 인.적성 평가 등 전형 단계마다 점수조작으로 합격했다고 한다.

이번 사태를 옹호하는 견해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강원도에서 몇 안 되는 주요 사업장인 만큼 인구도 적고 경제가 미약한 강원도, 특히 폐광 지역 강원도민을 우선적으로 채용할 필요가 있었다고 한다. 이번 채용사건은 지역 상생이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경제와 정치, 문화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돼 도세가 미약한 강원도민들은 번듯하게 취업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현실에 동정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채용비리는 매우 충격적이었으며, 향후 모든 채용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보되는 것이 시급하다.

이는 채용이 위기에 처해 절박한 대한민국 청년들의 삶의 근간을 마련하는 첫 번째 관문이기 때문이다. 직장이 없어 안정된 삶을 꾸릴 수 없는 젊은이에게 남북통일과 사회통합, 높은 국격과 국제경쟁력은 아무 의미 없는 헛구호에 불구할 것이며 사회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고 언젠가 폭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채용비리와 같은 정의롭지 못한 일이 계속 반복되면 국민의 사회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무너져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채용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블라인드 채용 등 어떤 방식도 채용비리를 덮기 위한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첫 번째 단추는 비리 연관자에게 불이익을 주어 더 이상 채용비리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강원랜드는 채용비리 연루 직원 226명을 퇴출하는 절차에 들어갔으며, 정부는 강원랜드식 면직 처분방식을 다른 공공기관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부정합격자 제재기준은 두 가지다. 첫째는 수사 결과 본인이 기소될 경우는 즉시 퇴출, 둘째는 채용비리 관련 임직원과 청탁자가 기소되면 공소장에 명시된 부정합격자에 대해 1단계 업무배제, 2단계 부정청탁 관련 친.인척 재조사, 3단계 채용비리 확인 시 기관별 징계위원회 동의 후 퇴출이다.

두 번째 단추는 채용비리 근절장치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법령이나 규정 없이 정부의 의지만으로 진행되는 채용비리 감사는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정권 교체, 유관부서의 의지와 관계없이 채용비리 근절이 영속적으로 유지되려면 적절한 법령이나 규칙이 제정돼야 한다. 나아가 변호사, 회계사, 인사전문가로 구성된 준법지원인 혹은 인사제도 감시인 제도를 도입해 공공기관과 정부의 채용이 정의로운지 지속적으로 감시할 필요가 있다.


채용비리나 부정입학은 국민의 분노를 야기하며, 노력하는 선량한 시민의 계층이동을 막는 사회의 암적 존재다. 안정된 직장에 대한 청년들의 갈망이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인기 있는 공공기관에 만연한 채용비리는 구직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을 좌절케 하는 행위로, 근절해야 한다.
2015년 제정돼 우리나라를 획기적으로 깨끗하게 하고 있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위반되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번 기회에 만연한 청탁과 채용비리를 뿌리 뽑아 정의롭고 희망이 있는 사회를 만들자.

김 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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