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개나리 대신 찾아오는 ‘미세먼지’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7 17:05

수정 2018.03.27 17:15

[차장칼럼] 개나리 대신 찾아오는 ‘미세먼지’

결혼 전 '아이와 노는 아빠'를 부러워했다. 놀이터나 공원에서 아이와 장난치며 뛰어노는 아빠들을 보면서 결혼의 청사진을 그리곤 했다. 그냥 쳐다만 보고도 미소를 띤 적도 있었다.

지난 겨울 20여개월 아들의 걷는 속도가 빨라지더니 뛰기 시작했다. 주방에서 거실까지 가는 데도 걷는 법이 없다. 무조건 내달렸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밖으로 나가서 함께 흙장난도 치고 달리기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젠 제법 말도 알아듣기 때문에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야외에서 아빠 노릇도 드디어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난 주말. 날씨는 포근했고 시간적 여유도 있었다. 하지만 도저히 외출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파트 창밖에서 바라본 풍경은 온통 뿌연 잿빛이었다. 아내의 성화가 아니더라도, 내 욕심에 아들을 그 하늘 아래에 내려놓을 수 없었다.

기다리던 봄이 왔다. 그리고 봄과 함께 미세먼지도 다시 찾아왔다. 사실 봄철 미세먼지는 새삼스럽지 않다. 지난 십여년 동안 봄이면 개나리나 진달래보다 어김없이 먼저 창문을 두드려왔다. 으레 당연히 받아들이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체감이 달랐다. 여태 봐왔던 희미한 수준이 아니다. 미세먼지가 안개와 합쳐지면서 미세먼지인지, 안개인지 모르는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뿌연 하늘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수치도 예년과 차이가 났다. 한국환경공단의 에어코리아 자료를 찾아봤더니 기관지를 넘어 허파꽈리까지 침투하는 것으로 알려진 초미세먼지(PM2.5)가 2016월 3월 32(㎍/㎥)였으나 2017년 3월엔 36으로 상승했다. 올해 3월은 아직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 주말부터는 50 이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6일엔 서울 PM2.5 농도가 94라는 뉴스도 나왔다. 중국 베이징 90보다 높았다. 아파트 앞 풍경이 왜 보이지 않았는지 이해가 갔다. 강화된 미세먼지 기준은 PM2.5가 36 이상이면 '나쁨'으로 규정하고 외출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76 이상은 '매우 나쁨'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범정부 종합대책을 내놨다. 미세먼지 다량배출 현장 점검, 고농도 미세먼지 차량2부제, 노후경유차 운행제한제도 확대, 노후발전소 중단 등 국내와 함께 중국을 비롯한 국외 요인에 대해서도 대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는 정부나 기업만 변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하늘이 이 지경까지 된 것은 특정기간이나 특정집단이 아니라 '우리'가 오랫동안 이렇게 되도록 살아왔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 역시 아직 노력이 부족하다는 여론에 귀기울여야 한다. 국내 대책은 중장기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채 서민 목줄만 죄고 있으며 중국 등 국외 대책은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새로운 대책을 세우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이제 미세먼지는 함께 해결해야 할 시점까지 왔다.

jjw@fnnews.com 정지우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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