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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혁신 정체된 한국, 동남아에도 밀리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8 17:09

수정 2018.03.28 17:09

말레이 '그랩' 우버 사업 인수, 정부는 말로만 혁신 뒷받침
세계 1위 승차공유업체인 우버가 현지 업체에 시장을 내줬다. 말레이시아 승차공유업체 그랩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우버의 동남아 사업부문을 합병한다고 밝혔다. 우버는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6개국의 사업권을 넘기는 대신 합병업체 지분 27.5%만 보유한다. 혁신의 원조로 불렸던 우버가 현지 후발주자에게 밀린 셈이다.

동남아 국가들은 혁신산업의 요람으로 떠올랐다. 현지 정부가 적극적으로 규제를 풀었기에 가능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중국 알리바바와 함께 '디지털 자유무역지대' 구상을 내놨다. 미국 아마존과 동남아시장 경쟁을 벌이는 알리바바가 말레이시아에 먼저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2020 디지털 비전'이라는 청사진을 내놓고 규제프리존 제도를 시행 중이다. 태국은 총리가 나서 '스타트업 타일랜드'라는 벤처 육성계획을 내놨다. 이미 산업계와 학계에서 평판이 좋다. 지난해 3월 미국 와튼스쿨이 발표한 '창업하기 좋은 국가'에는 아세안 3개국이 상위 5위권에 진입했다. 태국이 1위, 말레이시아가 3위, 인도네시아가 5위였다.

국내 시장은 스타트업의 지옥이다. 지난해 11월 카풀서비스업체 풀러스는 이용시간을 기존 출퇴근 시간대에서 낮 시간대까지 넓혔다. 하지만 서울시와 국토부가 불법이라며 막았다. 콜버스랩의 전세버스 공유서비스도 국토교통부가 운영시간을 제한해 발목을 잡혔다. 지난 2월 현대자동차는 카풀업체 럭시의 지분을 정리했다. 택시업계가 반발해서다.

이러니 아마존, 알리바바 같은 혁신기업이 나올 리 없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과학기술전문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꼽은 50개 혁신기업 순위를 5년(2013~2017년)치 분석한 결과 미국 기업 비중은 70%대에서 지난해 62%로 줄었다. 같은 기간 중국이 4%에서 14%로 늘며 빈자리를 채웠다. 한국 기업 비중은 평균 1.6%대에 그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초 울산과학기술원에서 열린 학생 창업인과의 간담회에서 "청년들이 혁신 창업에 몸 바칠 수 있게 정부가 최선을 다해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은 변한 게 없다. 드론 하나를 날리려고 해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원격진료를 가능케 하는 의료법도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말로만 혁신을 외친 셈이다.
이러다 동남아 국가들에까지 시장을 다 뺏길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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