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기 한반도]

北.中 "단계적 비핵화".. 트럼프 ‘즉각 비핵화’와 충돌 소지

셈법 복잡해진 비핵화
北, 對美협상 앞서 中 접촉
6자회담 염두 둔 행보 관측
대북제재 완화 등 주장할 듯
中, 北과의 관계개선 앞세워
美에 힘 과시할 기회도 얻어
무역전쟁 등에 활용 카드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2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마주 앉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이날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고 전했다. AP연합뉴스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던 한반도 문제 해법 논의가 고차방정식으로 전환되는 격변을 낳고 있다.

김 위원장이 돌연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다진 점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청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꺼낸 '단계적 비핵화' 조건이 즉각 비핵화를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북한이 중국과 신혈맹관계를 강조하며 대미협상에서 중국 카드를 내밀면서 앞으로 전개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대화에서 중국의 변수가 커졌다. 북·중 관계가 신밀월관계로 접어들면서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도 복잡다단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비핵화 고차방정식 접어드나

북·중 정상회담에서 단연 관심이 가는 대목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설명하면서 동원한 '단계적'이란 표현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풀어간다는 점은 회담 전개방식과 북한에 대한 상응하는 보상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번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양측이 비핵화에 합의하는 동시에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단계적 비핵화에 맞춘 대화방식이 주목된다. 현재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대화 등에 따라 북한과 한국 및 미국 등 3각구도 중심의 한반도 문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중국이 강조해온 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걸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중국이 그간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해법으로 제기해온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이 향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대화에서 북한 측 입장에 반영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핵화 논의와 함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우선적으로 완화해달라는 요청이 북·중 정상회담에 포함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비핵화 진행에 맞춰 북한의 경제개방과 경협 활성화를 위한 외부지원이 요구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의 경우 비핵화 해법에 대해 즉각적이고 '통 큰' 결단과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제시한 단계적 조치가 향후 협상에서 난제가 될 수 있다. 특히 '대북 초강경파'인 존 볼턴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 발탁되면서 이런 기류가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까지 군사적 옵션을 동원해 북한을 압박한 것도 과거 정권에서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오랜 기간 경제적 지원을 하면서 실기를 했다는 판단이 강하기 때문이다.

■북·중 관계 복원으로 중국입김 강화 예고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도 두 가지 전리품을 챙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4월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 개최 등 남북한과 미국의 3자 구도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면서 중국 내에서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축소를 뜻하는 '차이나 패싱'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먼저 북·중 정상회담을 제의하고 중국의 지지와 협조를 당부함에 따라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개입할 명분을 얻으면서 차이나 패싱 문제도 해소되는 전기를 맞았다. 더구나 미·중 무역전쟁으로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데다 대만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중 관계를 모멘텀으로 미국에 힘을 과시할 기회까지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차이나 패싱 문제와 관련, 중국이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문제에서 소외되는 상황을 벗어나 오히려 일정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북한 내 친중파인 장성택 처형, 김정남 암살과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라 중국이 유엔 대북제재 이행에 적극 참여하면서 북·중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지난해 11월 평양을 방문한 시 주석의 특사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김 위원장이 만나지 않고 푸대접한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처럼 소원했던 양국 관계가 극전 반전 국면으로 전환됐다.

이를 두고 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북한과 중국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시 주석이 북·미 대화 과정과 그 이후 한반도 비핵화, 북한 체제보장 프로세스에 본격 개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중국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견제할 카드로 북한을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이 무역불균형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중국을 겨냥한 대대적 관세폭탄을 투하키로 하는 등 양측 간 무역전쟁이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이 대만과 남중국해 카드를 동원, 중국을 고강도로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와중에 한반도 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북한을 후방 지원하는 역할을 중국이 맡게 되면서 미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카드를 확보하게 됐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