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 칼럼] 산으로 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30 16:04

수정 2018.03.30 16:04

증권부 차장 
"전주(全州)연금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국민의 노후자금을 불리는 것보다 전주 민심 달래기에만 급급한 것 같아 씁쓸하네요."
최근 만난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같이 하소연했다. 600조원 넘는 막강한 자금을 굴리며 자본시장에서 절대 갑(甲) 위치에 있는 국민연금(NPS)이 최근 안팎에서 구설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2월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하면서 우려를 낳았던 인력들의 이탈과 함께 전주라는 지역 고립성이 기금운용의 질적 성숙도를 높여야 하는 본질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최근 올해 1차 기금운용 전문가 공개모집 결과 경쟁률 5.3대 1로 최근 5년래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바이사이드(buy-side) 최고 인재들이 명예직으로 여겨온 기금운용본부가 처한 냉정한 현실이다.


한 외국계 금융기관 관계자는 "본사의 헤드가 방한 시 꼭 들르는 곳이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인데, 이제 기금운용본부가 전주에 있다보니 국민연금을 방문하기가 어렵다"며 "세계적인 투자전문가를 자주 만나 누구보다 빨리 트렌드를 읽고 안정적으로 자금 운용을 해야 하는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지만 국민연금은 현지 민심 달래기에만 관심이 크다는 지적이 거세다. 실제 국민연금은 전주 2청사에 이어 제2사옥 건립계획을 발표했다. 최대 2500조원까지 확대될 기금 규모에 걸맞은 사무공간을 확보한다는 취지이지만 식당, 체력단련장 등 편의시설과 300석 규모의 대회의실 등도 마련해 지역 주민과의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이 커 보인다.

여기에 김 이사장의 고교 선배이자 같은 전주 출신인 이춘구 감사까지 영입되면서 논란은 가속화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전주 이전을 계기로 효율성 있는 운용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우물 안 개구리' 식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주 민심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자금을 알토란같이 굴려 최상의 성과를 내는 방안에 전력투구하는 것이 옳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이 왜 곳곳에서 터져나오는지 정부와 경영진은 지금이라도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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