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반도 경제 공동체를 만들자

553년, 나제동맹이 깨졌다. 고구려의 세력 확장에 대응해 신라와 백제가 손잡은 지 120년 만이다. 670년엔 신라와 당나라의 동맹이 깨졌고, 1922년엔 그 유명한 영일동맹이 공식 폐기됐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 간 동맹은 불안하다. 특히 두 개의 국가가 참여하는 '양자동맹'은 언제나 위험하다. 동등했던 힘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 균형추는 기운다. 균형추가 기울면 관계는 깨진다.

남북경제협력도 마찬가지다. 남과 북의 내부상황과 국제정세에 큰 영향을 받는다. 대표적 사례가 개성공단이다. 개성공단은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이었다. 분단 60년 만에 시작된 첫 번째 남북 경제협력이었다.

그러나 개성공단은 2년째 멈춰 있다. 정권이 바뀌고 국제정세가 요동치면서 2013년 한 차례 중단 사태를 겪었다. 2016년엔 전면폐쇄 결정이 내려졌다. 2000년 6.15 공동선언으로 시작된 남북경제협력이 16년 만에 중단된 것이다.

이런 남북경제협력에도 봄이 오는 것일까. 최근 한반도에 대화의 기운이 움트고 있다. 오는 4월 27일엔 남북정상회담이 계획됐고, 5월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남북경제협력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시대정신으로 제시했고, 참여정부 비서실장 재직 당시엔 2007년 남북정상회담 실무를 총괄했던 만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새롭게 시작될 남북경제협력은 전혀 새로운 모습이어야 한다. 남.북 양자협력으론 부족하다. 국제정세와 국내정치에 흔들렸던 개성공단의 역사를 뛰어넘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지만 어렵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을 경제협력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남과 북,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가 모두 참여하는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각자의 자본과 노동력을 평화의 인질로 내어주고 요동치는 국제정세와 국내정치에도 흔들림 없는 경제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와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철도를 만들자. 미국과 일본의 자본으로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개성공단을 만들자.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위해 평화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자. 밥은 칼보다 강하다.
경제공동체로 묶인 한반도엔 정치적.군사적 평화가 싹틀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운전자'를 자임했다. 다가올 봄, 대통령이 제대로 운전 실력을 보여줄 때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산업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