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핵폐기-평화협정 일괄타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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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북·중 정상회담이 전격 성사되면서 '한반도 안보 함수'가 복잡해졌다. 문재인 대통령 주도로 진행되던 남북, 북·미, 남·북·미 정상회담 로드맵이 깜빡이를 켜지 않고 끼어든 중국의 개입으로 다소 복잡한 양상으로 흐를 공산이 커졌다. 협상은 이해당사자가 많을수록 결과 도출 과정이 지난하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라는 글로벌 최대 이슈를 놓고 벌어지는 관련국 간 동상이몽은 아직 갈 길이 먼 비핵화의 고단한 여정을 짐작하게 한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일단 '단계적 조치'에 사실상 공감대를 이룬 듯하다. 김 위원장은 평화 실현을 위한 한·미의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비핵화 해결의 '옵션'으로 걸었다. 구체적인 단계적 조치의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비핵화 조치 단계마다 경제적 보상, 북한의 체제 보장, 군사적 위협 해소 등 '반대급부'를 원하는 말로 들린다. 이는 지난 2005년 중국 주도로 이뤄진 6자회담에서 채택한 9.19 공동성명과 판박이다.

9.19 공동성명은 북한의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단계적 비핵화, 북·미 간 신뢰 구축 등이 핵심이다. 이제껏 채택된 각종 성명 중에서도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평이다. 하지만 결국 단계적 조치 과정에서 북한과 한·미·일 간 '정서적 간극'을 좁히지 못해 북한이 미국 독립기념일인 2006년 7월 4일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하며 협약을 공식 파기했다.

물론 김정은의 파격적 대화 시도와 한반도 비핵화 언급, 평창동계올림픽을 고리로 한 문 대통령의 남북대화, 북·미 대화 성사 등은 분명히 좋은 징조다. 하지만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나기 위해선 이별의 단초가 됐던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미국은 이미 9.19 공동성명의 파기라는 '실패'의 교훈을 앞세워 '선(先)핵포기, 후(後)보상'이라는 '리비아식 비핵화'를 선호한다. 아직 북·미 대화 전이지만 북한과 미국의 해법 간극이 워낙 커 순조롭게 대화가 진행될지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중국이 개입한 데다 러시아까지 핵 테이블에 앉기를 희망하면서 해법 모색이 쉽지 않다. 김정은의 전격 방중은 '차이나 패싱'에 내심 불만이 높은 중국이 북·중 국경을 사실상 원천봉쇄, 암묵적으로 묵인해오던 국경 밀거래 무역까지 송두리째 꽉 막히게 된 것이 방중을 서두르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미국은 '전략적 인내'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 조치를 '행동 대(對) 행동'으로 규정한 9.19 공동성명 실패 사례를 또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게 미국 조야 매파들의 생각이다. 매파들은 북한이 비핵화를 언급했지만 9·19 공동성명 때처럼 핵보유를 길게 끌고 가면서 단계적 보상을 얻어내려는 전형적 '살라미 전술'로 보고 있다. 바로 여기에 문재인정부의 딜레마가 있다. 미국의 의구심을 해소하면서 운전석을 내놓지 않고 김정은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실질적 이행으로 이끌어내려면 단계적 조치가 아닌, '일괄타결'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핵폐기와 평화체제 보장, 평화협정, 북·미 수교 등을 '1대1'로 원샷에 주고받아야 한다. 한반도 안보정세를 둘러싼 주요국 및 유엔과의 견고한 공조 속에 '맥시멈 프레셔'(강한 압박) 기조를 유지하면서 '원샷' 일괄타결하는 것만이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로 가기 위한 유일한 해법일 게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이 신경쓰인다면 남·북·미·중 대화를 통해 일괄타결 방식을 주도하면서 6자회담 회원국의 '추인'을 받는 방식도 가능하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정치부장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