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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세아이 아빠가 바라보는 인구위기

김서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1 17:05

수정 2018.04.01 17:05

[차장칼럼] 세아이 아빠가 바라보는 인구위기

며칠 전 올해 3살된 둘째, 7개월된 셋째 녀석이 감기에 걸려 동네 소아과를 찾았다. 아내와 6살된 첫째 딸아이도 함께 동행했다. 첫째도 앞서 감기에 걸려 고생했던 터라 다시 진료를 받기 위해서다. 외출할 일이 생기면 주로 다섯 식구가 함께하는데 가끔 타인들의 시선(?)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것이 '아이가 많아 다복하다'는 의미의 좋은 시선이든, 부정적 시선이든 별로 개의치는 않는다. 이날도 어김없었다.
어느덧 세 아이의 진료가 끝나고 소아과를 나설 때였다. 아내가 말했다. "우리 옆에 있던 아이 한 명인 엄마가 하는 이야기 들었느냐"고. "뭐라고 했느냐"고 되물었다.

그 아이 엄마가 "우리를 가리키며 아이 하나도 힘든데 아이 셋을 어떻게 키운대"라며 부정적 어조로 자기 남편에게 말을 던졌다는 것이다. "아이가 많은 것이 부러워서 그런 거겠지"라며 툴툴대는 아내를 달랬다. 물론 그 아이 엄마가 말한 것처럼 아이 셋을 키우는 것이 쉽지 않다. 아이들 위주의 생활방식과 나아가서는 앞으로 들어갈 생활비, 교육비 등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아이 셋인 아빠가 걱정하는 이런 문제들이 우리나라가 직면한 인구위기의 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어느 설문조사에서도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로 경제적 이유가 1순위로 꼽힌 것을 본 적도 있다. 경제적 문제도 있지만 저출산 문제는 여러 복합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일과 가정에 대한 사회적 구조적 문제, 청년실업난, 남성 중심적 사회 문화 등도 주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 대책은 '돈'에만 너무 치중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정부는 지난 2006년 이후 지난해까지 12년간 125조원의 저출산대책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신생아 수가 4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합계 출산율은 사상 최저인 1.05명을 기록했다.

저출산 문제는 복합적 요인에서 비롯된 만큼 '즉효약'이 없는데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도 실패한 것은 '단기 처방'에 그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답답한 속내를 드러낸다. 최근 만난 기획재정부에서 인구정책을 담당하는 한 공무원은 "저출산 문제 해법을 찾기가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다만 정부는 저출산대책의 기존 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계획이다. 그 대신 효과가 높은 사업 중심으로 종합적.체계적으로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기존의 저출산 예산이 별무효과였다는 점을 감안, 사회 각계각층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사회구조적 환경 개선, 임신과 출산.육아에 대한 이해와 배려 등에 대한 인식 개선은 더 말할 나위 없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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