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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고비넘긴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갈등 톺아보기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8 11:18

수정 2018.04.08 11:18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임대료 갈등을 벌여 온 롯데·신라·신세계 등 대기업 면세점 사업자가 협상을 일단락 짓는 모양새다.

반면 아직 중소 면세점 업체들은 아직 임대료 협상이 끝나지 않아 인천공항공사가 임대료 협상 시한으로 못박은 오는 10일까지 중소 면세점 업체들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신라면세점이 인천공항공사가 제시한 두 가지 임대료 인하안 중 기존 임대료를 27.9% 인하한 후 6개월마다 실제 이용객 감소분을 계산해 조정하는 방식을 수용한데 이어 신세계 면세점도 여객분담률 기준 임대료 조정방안에 동의했다.

철수까지 언급하며 강경 대응하던 대기업 면세점들이 속속 임대료 협상을 타결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말 인천공항공사는 면세접업체들에 최후 인하안을 제시하고 답변 기한을 오는 10일까지로 정했다. 공사가 추가적인 대안 제시는 없다고 못 박은 상태여서 대기업 보다 나은 조건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소기업 면세점들의 협상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그래픽=추현우 기자]
[그래픽=추현우 기자]

이번 임대료 갈등의 시작은 올초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T2)이 오픈부터 표면화됐다.

▲ 지난 1월 18일 인천공항에 제2여객터미널(T2)이 오픈하면서 대한항공·델타·에어프랑스·KLM 4개 항공사가 기존 1터미널에서 2터미널로 옮겨갔다. T1 면세점들은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로 작년 하반기부터 인천공항공사와 임대료 인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 중에서도 중소면세점들은 대형 면세점들보다 더욱 직격탄을 맞는다며 똘똘 뭉쳤다. 중소면세업계는 '37.5%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근거는 승객들의 '구매력'이다. 저가항공사 이용객의 구매력은 대형항공사 이용객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제2터미널 개장에 따른 항공사 재배치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 그러나 2월 13일 인천공항공사는 각 면세점들에게 '임대료 일괄 29.7% 감면'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이는 즉각 면세업계의 반발을 샀다. 업체들은 임대료 협상이 잘 되지 않으면 공항에서 철수하겠다며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불만이 있기는 대형 면세점도 마찬가지였다. 신세계면세점은 통보를 받은 직후 인천공항공사 측에 임대료 일괄 인하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항의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또 이날 임대료 문제로 공항공사와 갈등을 빚어온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에서 일부 철수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4개 사업권 중 주류·담배 사업권(DF3)을 제외하고 탑승동 등 나머지 3개 사업권(DF1, DF5, DF8)을 반납하기로 했다. 2월 말 롯데면세점은 위약금 1870억원을 내고 T1에서 철수하기 위한 절차를 마쳤다.

▲ 3월 16일 에스엠·엔타스·시티플러스·삼익악기 등 4개 중소면세업체들은 인천공항공사에 보낸 공문에서 임대료 37.5% 인하를 요구했다. 항공사 고객별 구매력 차이를 추가로 반영하고, 영업요율은 대기업과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업체들은 강경한 입장 전달을 위해 결국 시위에 나섰다. 3월 21일 중소면세업체 4사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청사 앞에서 한 자리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 하루 만에 공사는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당초보다 임대료를 2.1% 추가 인하하는 새로운 조정안을 제안한 것이다. 30%를 일단 인하한 뒤 지난해와 매출을 비교해 감소분을 반영해 정산 시 돌려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면세업체들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양측이 주장하는 인하율이 대략 10%가량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던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점은 지난달 26일 인천공항공사 본사에서 비공개로 첫 공동협상을 진행했다. 약 2시간동안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사흘 뒤 인천공항공사공사는 T1 각 면세점에 기존 입장과 차이가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 이런 가운데 3월 2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면세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 임대료 조정 불가 조항을 시정하라고 권고했다. 이 중 특히 '임대료 조정 불가 조항'은 롯데면세점 철수 사태를 야기시킨 부분이다.

'임대료 조정 불가 조항'에는 "외부 요인으로 발생하는 영업환경의 변화에 그에 따른 매출감소를 사유로 임대료의 조정 등을 요구할 수 없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이 때문에 면세점 사업자들은 사드 보복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급감 등의 사태에서도 공사에 임대료 조정 등을 요구할 수 없어 곤혹을 겪어왔다.

면세업계는 임대료 인하에 청신호가 될 것으로 봤지만 인천공항공사는 강경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사는 3월 31일 T1 면세사업자들에게 면세점의 임대료 조정안에 대한 사업자들의 답변 시한을 오는 10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히며 "추가적인 대안제시 및 협의기간 연장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신라면세점을 제외한 타 업체들은 이번주 내로 입장을 정리해 10일 최종 마감 시한에 맞춰 인천공항공사 측에 공문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중견면세점 4개사는 동반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공사는 이번주 내로 중소·중견 면세점 4개사 대표와 회동을 갖고 의견을 청취한다.

2001년 개항 한 인천공항은 그동안 면세점들이 임대료를 내지 못해 철수하거나 사업권을 반납해도 임대료를 깎아준 적이 한 번도 없다.
신라면세점의 결정으로 타업체들의 선택지가 줄어든 듯 보이지만 어떻게 매듭지어질 지는 끝까지 지켜봐야할 것 같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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