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주영 칼럼]

공적연금이 재앙 안되려면

펑크 나면 국가가 메워주니 개혁을 게을리 할 수밖에
지급보장제 폐지 논의해야

당사자들에게는 축복이지만 나라엔 재앙인 것이 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이다. 두 연금의 충당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두 곳을 합쳐 지난해 말 현재 845조원이다. 지난 2년 동안 무려 185조원이나 불어났다. 증가율(28%)이 같은 기간의 가계부채 증가율(20%)보다 훨씬 높다. 문재인정부가 공무원 수를 계속 늘릴 계획이어서 앞으로 증가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빚을 빚폭탄이라 부르지만 증가 속도만 놓고 보면 연금빚이 한술 더 뜬다. 그야말로 연금폭탄이다.

연금빚 845조원이 당장 나랏빚이 되는 건 아니다. 공적연금 충당부채는 수급권자들에게 향후 70여년간 나눠 갚아야 할 연금 합계액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추정액이다. 이 빚은 연금이 못 갚으면 국가가 국민혈세로 갚아줘야 한다. 그런데 군인연금은 이미 거덜이 났고, 공무원연금도 이대로 가면 거덜 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결국 연금빚이 나랏빚으로 떠넘겨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구조를 고치지 않으면 국가적 재앙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 재앙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미 두 연금의 적자를 메우는 데 들어간 세금이 지난 3년간에만 10조원이나 됐다.

공적연금은 왜 이처럼 취약한 구조가 됐을까. 공무원연금은 1960년(군인연금은 1963년)에 만들어졌다. 당시 합계출산율은 5.6명이고, 평균수명이 52세였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5명, 평균수명은 82세였다. 출산율은 5분의 1 토막이 났고, 평균수명은 30년이나 길어졌다. 6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다산단명(多産短命)의 시대가 저출산 장수시대로 바뀌었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평균수명이 길어지면 연금 재정이 급격히 취약해진다. 상대적으로 연금 낼 사람은 자꾸 줄어드는데도 연금 탈 사람은 늘고 받는 기간도 길어지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하면 연금도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공적연금은 여전히 다산단명 시대의 낡은 옷을 벗지 못하고 있다. 시대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공무원연금을 예로 들면 지금까지 모두 네 차례 개혁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매번 개혁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박근혜정부가 2015년에 단행한 공무원연금 개혁의 결과도 그렇다. 공무원과 군인연금은 적자 구조가 굳어진 만큼 앞으로도 두 연금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공무원연금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2016년에 세금에서 2조2000억 원을 썼고, 군인연금에는 1조6000억 원을 썼다. 기획재정부는 두 연금 적자 보전에 드는 국가 예산이 2025년에 가면 총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가 여론에 밀려 개혁하는 시늉만 했을 뿐 근본적인 개혁을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무원.군인연금은 귀족연금으로 불린다. 연금액이 국민연금보다 많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국가보장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적자가 나도 국가가 세금으로 메워주지 않지만 공무원.군인연금은 세금으로 메워준다. 공무원과 군인들만 특별대우를 하는 셈이다. 이런 특별대우는 도덕적 해이로 이어진다.
가만 있어도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주는데 어느 누가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을 하겠는가. 국가가 특정 연금에만 지급보장 특혜를 주는 것은 형평성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개혁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이다. 국가보장제 폐지에 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 한 공적연금의 진정한 개혁은 요원하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