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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김기식 원장 '관치 없는 금융시대' 열길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2 16:37

수정 2018.04.02 16:37

종래 '일상화된 관치' 비판
하나銀도 냉정하게 다뤄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52)이 2일 취임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두번째 금감원장이다. 두 가지를 주문하고 싶다. 첫째는 관치 근절, 둘째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다.

김 원장이 취임한 날 금감원은 하나금융 채용비리 특검 결과를 발표했다. 최성일 특검단장은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과 관련된 것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김정태 회장이라고 추정은 되지만 특정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추천자 중에 '김○○(회)'가 있는데, 하나은행 인사담당자에 따르면 여기서 (회)는 회장 또는 회장실을 뜻하다고 한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를 검찰에 넘겼다. 수사 내용에 따라선 김정태 회장을 비롯한 현 하나금융 경영진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채용비리는 엄히 다스려야 한다. 은행은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일터다. 이런 곳에서 실력보다 '빽'이 우선한다면 안 될 말이다. 잘못이 있으면 시정하는 게 마땅하다. 다만 우리는 김 원장과 금감원이 이 일을 감정적으로 처리하지 않길 바란다. 전임 최흥식 원장은 하나은행 채용 비리에 걸려 사퇴했다. 그에 앞서 최 전 원장은 김정태 회장과 이른바 '셀프 연임'을 놓고 얼굴을 붉혔다. 새 원장이 취임한 날 보란 듯이 특검 결과가 나온 걸 어떻게 봐야 할까. 행여 민간은행을 괘씸죄로 다루려는 금감원의 힘자랑이 아니길 바란다.

신임 김 원장은 경제개혁을 추구하는 시민단체에서 잔뼈가 굵었다. 국회의원 시절엔 정무위원회에서 금융관료들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김 원장의 취임을 껄끄럽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김 원장에겐 다른 면도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경향신문 칼럼('한국 금융산업의 미래')에서 "일상화된 과도한 '관치'는 시장의 경쟁을 억제하고, 산업 전반에 걸쳐 기득권에 안주하는 경향을 만들어 온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왜곡된 관치의 혁파가 금융산업 발전의 전제"라고도 했다. 민간은행 회장직을 놓고 금감원이 주리를 트는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관치다. 김 원장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취임사에서 김 원장은 "금감원이 금융소비자 보호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감원 조직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러한 비판적 인식에서 비롯된다"며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사를 듣던 직원들은 깜짝 놀라지 않았을까.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하는 데 가장 반대하는 집단이 바로 금감원이다.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시도한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도 흐지부지됐다.
역대 금감원장들은 어김없이 취임 일성으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외쳤다. 하지만 행동은 달랐다.
시민단체.정치인 출신 김 원장이 전임자들과 어떻게 다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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