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경고음 안 울렸던 금호타이어 사태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2 17:24

수정 2018.04.02 17:24

[기자수첩]경고음 안 울렸던 금호타이어 사태


"설마 금호타이어가 400억원을 상환 못해 법정관리까지 갈까요?"

지난해 금호타이어의 운명에 대해 묻자 채권단과 신용평가 업계를 포함한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답변이다. 그러나 고작 400억원이라는 회사채 만기일에 상환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금호타이어는 중국 자본에 인수되는 상황에 처했다.

금호타이어를 보며 과거 동양, 웅진, STX, 한진해운 등의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 모두가 '갚을 능력을 검증하지 못한' 기업들이 찍어낸 회사채, 기업어음(CP) 등이 화근이 됐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시장의 경고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용등급 BBBO였던 금호타이어가 1년 만인 올해 3월 채무불이행(디폴트) 직전 상황까지 가는 동안 시장 경고음은 한 차례도 울리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금호타이어가 신용등급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자 지난해 9월 만기일에 맞춰 회사는 신평사와 등급평가 계약연장을 하지 않았다. 이에 신평사들은 등급 하향조정 요인이 있어도 등급평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신평사들은 금호타이어 신용등급 관련 '뒷북평가' 비난도 피한 듯 보인다. 뒷북 평가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언론의 레이더망을 피한 결과다.

2년 전 신평사들은 한꺼번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신용등급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면서 뒷북평가로 언론의 뭇매를 맞으며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이쯤 되면 기업, 신평사 모두 '기업평가 종료'가 서로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신용평가 업계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무의뢰 평가의 필요성에 대해 꾸준히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무의뢰 평가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할지, 또 법적.제도적 근거 마련이 미흡하다는 이유 등으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신평사들은 "신평사가 평가를 하고 싶어도 무의뢰 평가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신평사의 방관, 기업과 금융업계의 안일함,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이라는 공식을 적용한 금투업계의 투자는 여전히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법정관리까지 갈 뻔했던 금호타이어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 기업·금융 시장을 되돌아볼 일이다.

khj91@fnnews.com 증권부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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