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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형 당뇨병 환자가 행복한 호주를 가다] 호주, 저혈당 사망 막을수 있는 '연속혈당측정 기기' 보험 적용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3 17:02

수정 2018.04.03 17:03

(상) 호주 정부, 1형 당뇨병 환자 적극 지원
수면중 저혈당으로 사망한 다니엘라 사건 이후 정부 관심
보험 대상 21세로 확대… 2021년까지 5400만 달러 투입
우리 정부는 지난해 11월 '소아당뇨 어린이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당뇨병 환자 중 제1형 당뇨병은 약 2~3%에 불과하고 소아들에게 주로 발병한다. 이 때문에 소아 당뇨병 환자들은 학교 내에서 혈당 체크와 인슐린 투여 등으로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행안 등이 마련되지 않았다. 반면 호주는 1형 당뇨병 환자, 특히 소아 당뇨병 환자 지원에 적극적이다. 총 2회에 걸쳐 호주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1형 당뇨병 환자 지원 방안을 고민해보도록 한다.
<편집자주>
호주 공립병원인 RPA병원 마가렛 맥길 교수(시드니대의대)가 1형 당뇨병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호주 공립병원인 RPA병원 마가렛 맥길 교수(시드니대의대)가 1형 당뇨병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 시드니(호주)=정명진 의학전문기자】 #. 지난 2011년 호주에서 1형 당뇨병을 앓고 있던 17세 다니엘라가 야간 저혈당으로 사망했다. 이후 다니엘라의 부모인 브라이언 미즈바로우와 도나 미즈 바로우는 다니엘라를 기리고 1형 당뇨병 환자들의 '취침중 사망증후군' 예방과 당뇨병 환자의 안전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대니재단(DANII Foundation)'을 설립했다.

"호주 정부가 1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대니재단 등 민간단체의 지속적인 노력때문입니다."

대니재단 패트릭 캐머론 자선활동디렉터는 다니엘라 사망 당시만해도 호주정부가 1형 당뇨병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3일 설명했다. 하지만 대니재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다니엘라의 상황을 알리기 시작했다. 1형 당뇨병 환자가 수면 중 저혈당에 빠지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1형 당뇨병 환자 가족들도 이 사실을 알고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패트릭 디렉터는 "당시 다니엘라가 연속혈당측정(CGM) 기기를 사용하고 있었다면 취침 중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호주 정부에서 1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보험(메디케어)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1형 소아 당뇨병 환자의 경우 연속혈당측정(CGM) 기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부모들이 수면 중에도 3시간마다 한 번씩 아이들의 혈당을 체크해야 한다.

■인슐린 분비 기능 없는 1형 당뇨병 더 위험

현재 호주 전체국민 약 2300만명 중 1형과 2형 당뇨병 환자는 130만명 정도다. 이 중 1형 당뇨병 환자가 10만명 가량 된다.

당뇨병은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 임신성 당뇨병 등으로 나눌 수 있다. 1형 당뇨병은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으로 환자의 신체가 인슐린을 생산하는 췌장의 베타세포를 적으로 간주해 공격하면서 발생한다. 따라서 1형 당뇨병 환자는 스스로 인슐린을 생산하지 못한다. 주로 소아에서 많이 나타나지만 성인이 된 후에 발병하기도 한다. 인슐린은 인체에 들어온 음식물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1형 당뇨병 환자는 전체 당뇨병 환자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일본의 경우에는 1~3%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500만명의 당뇨병 환자 중 9만8000명 정도가 1형 당뇨병 환자다. 이 중 소아는 5000명 정도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자가면역질환자들의 증가와 함께 1형 당뇨병 환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당뇨병으로 알고있는 생활습관병인 2형 당뇨병은 노화와 생활 습관 등이 주요 원인이다.

호주 공립병원인 RPA병원 마가렛 맥길 교수(시드니대의대)는 "1형 당뇨병의 경우 인슐린 분비 기능이 없기 때문에 증상이 더 심하고 치료법에서도 차이가 있다"며 "1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는 인슐린 분비가 안돼 2형 당뇨병 환자보다 혈당의 변동폭이 훨씬 크기 때문에 수시로 혈당을 측정하고 식사량, 활동량에 따라 인슐린을 주입하고 24시간 관리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1형 당뇨병 환자에게 저혈당이 오면 실신과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평균 1주일에 2회 가량의 저혈당을 경험하는데 과도한 발한, 피로감,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 때 빨리 당분을 섭취하고 발작, 의식상실 등의 경우 가까운 응급실을 찾아 포도당을 정맥 주사해야 한다.

우리나라 1형 당뇨병 환자들의 경우에는 손끝을 바늘로 찔러 미량의 혈액을 혈당계의 검사용 시험지로 당수치를 검사하는 자가혈당측정법(SMBG)을 사용한다.

하지만 연속혈당측정(CGM)을 사용하면 5분 단위로 혈당의 패턴을 읽어낼 수 있다. 이 기기는 환자의 복부 등에 전극(센서)을 6일 정도 부착해 혈당의 변화를 측정하고 고혈당이나 저혈당이 발생한 경우 알람을 통해 환자에게 알려준다.

한국소아당뇨인협회 김광훈 회장은 "우리나라에서는 1형 소아 당뇨병 환자 부모들이 연속혈당측정(CGM)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경우도 드물다"며 "1형 당뇨병 환자들의 삶의 개선을 위해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1세 이하 1형 당뇨병 보험 적용

호주 정부는 '당뇨병 관리 국가 전략(NDSS) 2016~2020'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당뇨병 환자들은 주사기와 바늘, 자가혈당측정 시험지(스트립), 소변 검사 시험지, 인슐린 펌프 소모품, 연속혈당측정(CGM) 소모품 등을 보험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또 지난해 4월 보건국 헌트 장관은 1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보험(메디케어) 적용을 11세 이하에서 21세로 확대했다. 이를 위해 2021년까지 4년동안 5400만 달러를 추가 투입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패트릭 디렉터는 "앞으로 대니재단에서는 호주 정부에 21세 이상에서도 연속혈당측정(CGM)을 보험에서 지원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특히 학교에서 1형 당뇨병 환자에 대한 교육을 진행해 환자들이 공부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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