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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환율주권 방어, 기재부에 달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3 17:30

수정 2018.04.03 17:30

美 환율보고서 곧 발표.. FTA보다 중요한 협상
원화 환율이 많이 떨어졌다. 가치, 곧 돈값을 기준으로 하면 원화 강세다. 올 들어 원화 환율은 최고치인 달러당 1091원(2월 8일)에서 1055원(4월 2일)으로 떨어졌다. 지난 1년치를 놓고 봐도 지금이 최저다. 작년 여름 달러당 1157원과 비교하면 현재 환율은 9%가량 낮다.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뒤 원화 환율 하락세는 추세적이다.


이 같은 경향은 당분간,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 재임 중에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널리 알려진 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자다. 한국, 중국 같은 대미 무역흑자국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앗아간다고 강변한다. 그 보복으로 중국에 관세폭탄을 안겼다. 한국엔 철강관세를 무기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이끌어냈다.

급기야 불똥이 환율에도 튀었다. 우리 정부가 FTA 개정협상에서 환율을 양보했다는 이면계약설까지 불거졌다. 하지만 이는 과장으로 보인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보도자료(팩트시트.3월 28일)에서 환율협상을 언급한 것은 맞다. 하지만 보도자료에도 협상 주체는 미 재무부와 한국 기획재정부로 나와 있다. 더구나 협상은 아직 진행 중이다. 누가 봐도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이 선뜻 '환율 주권'을 양보했다는 게 당최 말이 안 된다. FTA 개정과 환율 협상은 별개라는 기재부의 설명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사실 협상이 별개냐, 아니냐는 부차적인 문제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미국의 전방위 환율압박이다. 트럼프는 거래의 명수다. 그는 협상 테이블에서 쉽게 물러서는 법이 없다. 더구나 트럼프는 환율조작국 지정이라는 매서운 카드를 쥐고 있다. 미 재무부는 이달 중순 반기 환율보고서를 발표한다. 작년에 한국은 조작국 지정을 피했다. 최근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미국 무역적자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3.8%에서 2017년 2%로 낮아졌다. 따라서 상식적으로 볼 때 4월 보고서에서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는 종종 상식을 뒤엎는다.

시장에선 '한국판 플라자합의' 이야기도 돈다. 우리에겐 최악의 시나리오다. 33년 전 미국은 일본 팔을 비틀어 엔고 시대를 열었다. 갑작스러운 엔고는 자산거품과 '잃어버린 20년'을 낳은 원흉으로 꼽힌다. 그나마 일본은 내수로 버텼다. 한국은 내수시장이 유난히 작다. 트럼프 행정부는 교역촉진법에 따라 봄가을에 두 번 환율보고서를 낸다.
그때마다 한국을 상대로 거친 태클이 예상된다. 국제무역에서 환율은 FTA보다 더 중요한 요소다.
환율 주권을 지켜야 할 기재부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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