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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국 수출을 이끄는 힘, 반도체

마켓포커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4 10:09

수정 2018.04.04 14:36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이달 초에 발표된 3월 수출은 양호한 편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통관기준 3월 수출이 515억 8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6.1% 증가한 것으로 3월 수출 수치 가운데 처음으로 500억달러를 넘은 것이다. 지난 2014년 3월에 기록한 최고치 490억 6000만달러를 상회했다.

일평균 수출은 21억 9000만 달러로 8.3% 늘어났다. 선박을 제외한 일평균 수출액은 21억 1000만달러로 10.7% 증가했다.
지난해 3월 대비 조업일수가 0.5일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양호한 모습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입은 5.0% 늘어난 447.2억달러를 기록해 무역수지는 68.6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과 수입은 모두 17개월 연속 증가세이며 무역수지는 74개월 연속 흑자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 증가세는 제조업 경기 호조세 지속에 따른 교역 증가, IT경기 호황 지속, 유가 및 주력품목 단가 상승 등에 기인한다"고 평가했다.

1분기 수출은 전년동기에 비해 10.3% 증가했다. 2016년 4분기부터 6분기 연속 증가세를 시현한 것이다.

정부는 향후 수출 여건이 녹록지 않다면서도 글로벌 경기 상황이 양호해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산자부는 "전 세계 수입규제 확대, 미·중간 통상 갈등,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시장·환율 변동성 심화, 신흥국 경기 둔화 가능성 등으로 향후 수출 여건이 녹록지 않아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면서 "4월엔 GM 사태와 기저효과가 하방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산자부는 그러나 "주요국 경기 호조세 지속에 따른 교역 증가, 정보기술(IT) 경기 호조,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은 우리 수출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국경제에서 수출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한국 수출이 355조원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유발했고 2017년 3.1% 성장에 1.6%p 만큼 기여했다"면서 "수출은 322만개 가량의 일감을 창출시켰다"고 분석했다.

■ 한국경제를 이끄는 반도체..독보적인 선전
한국 수출을 이끄는 힘은 반도체다. 13대 주력품목 가운데 반도체와 컴퓨터, 석유제품은 두 자릿수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증가율은 44.2% 늘어났다. 반도체 수출은 108억달러를 기록해 단일품목 가운데 처음으로 월간 수출액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아울러 7개월 연속으로 90억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개과를 올렸다.

반도체 수출은 1분기에 294.9억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대의 분기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일반기계도 128억 6000만 달러가 수출돼 최대 실적을 나타냈지만 반도체의 절반에 못 미친다.

반도체는 서버용 메모리 수요 강세에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등 신규시장 성장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3월 데이터에서 확인한 반도체의 선전은 자동차(-8.6%)와 자동차부품(-11.1%), 가전(-22%) 등과 비교할 때 상당히 두드러진다.

국내 반도체 산업의 포트폴리오도 상당히 견고해진 상태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수요 모두 증가했으며, MCP(Multi Chip Package: 여러 종류의 반도체를 하나로 묶어 단일칩으로 만든 반도체), SSD(Solid State Drive) 등 고부가가치 품목들의 선전도 두드러진다.

■ 반도체의 독주와 불편한 시선
하지만 반도체의 선전은 한국 수출의 '편향성'에 대한 논란도 불러 일으킨다.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커 전체 수출 상황을 과장하고 있다거나, 향후 수출이 지속적으로 잘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견해들이 나오곤 한다.

사실 반도체의 호조는 특정 기업집단의 힘을 더욱 키웠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의 위세가 더 커진 것이다.

기업 경영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는 "지난해 자산 5조 이상 57개 대기업 집단의 투자액은 86조원 수준"이라며 "하지만 이는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업종의 호황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CEO스코어는 "지난해 삼성그룹이 14조원 가까이 늘어난 29조1000억원 가량을 투자해 57개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4%에 달했다"면서 "SK그룹이 3조원 남짓 증가한 13조7000억원 가량을 투자해 뒤를 이었다"고 밝혔다.

반도체 대표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위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올해 1분기 상장사 실적이 작년 1분기보다 오히려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반도체가 평균값을 상당히 왜곡시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주식시장이 이에 흔들리는 경우도 있다.

작년 11월 외국계 증권사 모간스탠리가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 정체국면 진입'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내면서 코스피지수가 30p 넘게 빠진 적도 있었다.

다만 한국경제의 특정 산업 편중이 심화된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지만, 이를 당장 한국경제가 크게 나빠질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도 보인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한국 수출이나 경제의 반도체 의존도가 심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경기가 좋을 때는 이를 주도하는 산업군이 있다. 반도체 의존도가 심하다고 한국경제가 곧 나빠질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 국내 수출, 그래도 비빌 구석은 반도체
국내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견조한 신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심화된 가운데서도 올해 1분기 수출이 10% 넘는 증가세를 기록했다.

HSBC, 씨티뱅크,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외국계 금융사는 "보호무역주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모멘텀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에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 중인 미국의 보호주의는 계속 신경이 쓰이는 사안이다. 특히 중국이 미국의 요청으로 미국산 반도체 수입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외국계에서 조차 이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얘기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미국이 자국산 반도체 수입 확대를 중국에 요구하고 있으나 한국 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대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달 말에 발표된 2월 광공업생산은 전월비 1.1% 증가하며 1분기 성장률 개선 기대를 높였다.
반도체(+4.7%) 등의 호조로 광공업 생산 증가율이 예상치를 웃돌았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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