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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대우차 궤적 따라가는 한국GM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4 17:34

수정 2018.04.04 17:34

[차장칼럼] 대우차 궤적 따라가는 한국GM

대우차는 르망, 에스페로 등 중소형 세단 메가 히트로 1990년대엔 현대차의 유력한 경쟁자였다. 외환위기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그룹의 해체 여파로 국민브랜드로 사랑받던 명성은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걸었다. 워크아웃 1년 만인 2000년 11월 최종 부도를 맞았다. 만기가 돌아온 어음 445억원을 결제 못해 1차 부도 처리됐고,이틀 뒤 파국을 맞았다. 긴박하게 돌아갔던 당시에도 대우차 노조는 채권단과 기싸움을 하고 있었다. 채권단은 부도를 면하게 해주려고 경영정상화를 위한 대규모 인원 감축 등 자구계획안에 노조가 동의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노조는 구조조정 폭 축소와 체불임금 선지급 등을 내밀며 버텼다. 끝내 합의도출 실패로 대우차는 부도를 맞고 법정관리로 향했다. 이는 대우차 몸값이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해 눈독을 들이던 GM엔 헐값에 인수할 수 있는 호재가 됐다.

노조가 회사 부도까지 불사한 고용문제는 수성했을까. 부도 3개월 뒤 부평공장 생산직 근로자 1750명이 정리해고됐다.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 일로 노조는 총파업을 벌였다. 그러는 사이 협력사 수십곳이 연쇄부도로 쓰러져갔다. 부평 등 지역 상권은 파탄 직전까지 내몰렸다. 회사와 직원, 협력사, 지역경제 모두 만신창이가 됐다. 당시 노조가 견지한 노선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있으나 분명한 건 이 모든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내린 지 50일이 지났다. GM 본사가 회생 동력으로 제시한 신차배정도 3월 말 데드라인을 넘겼다. 그러나 교섭일정은 아직까지 무소식이다. 판매실적은 곤두박질치고, 협력사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절체절명의 시기에도 노조는 복리후생비 삭감 등 고통분담을 거부하는 강경 기류가 짙다. 지난 2일에는 노조가 중노위에 쟁의조정 신청까지 했다. 파업권 확보로 추후 교섭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이지만, 자칫 파업으로 몰고 갈 수도 있는 문제다. 배리 앵글 GM 사장이 제기한 오는 20일 부도 처리 가능성이 더 이상 압박 카드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GM 본사도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가져야 한다. 복리후생비 1000억원 때문에 한국GM을 진정 벼랑끝에서 밀어낼 것인가. 지금까지 희망퇴직에 따른 인건비 2000억원, 노조의 기본급 인상.성과급 포기로 1500억원 등 연간 총 3500억원의 비용절감 방안을 마련했다. 직원들의 희생으로 얻어낸 무시할 수 없는 성과다. GM의 무리수와 노조의 막판 역주행으로 한국GM이 대우차의 궤적을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노사 각각 현재의 협상전략이 최선이라고 믿겠지만, 18년 전 오판이 재연되면 공멸을 자초할 뿐이다. 승자 없는 게임을 이어갈 것인지, 기사회생의 발판을 확보할지는 노사의 몫이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훗날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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