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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해외 대기획 3탄] "좌파 무상복지로 재정 파탄" vs. "마크리 긴축에 국민 고통"

이태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5 16:43

수정 2018.04.05 16:43

[포퓰리즘의 비극 중남미를 가다] 아르헨티나 - <2>전문가들도 엇갈린 해법
루이즈 브루 FIEL 경제연구소 국장
"前정권 인플레 등 지표 조작해 국민들 속여 마크리 집권 2년차 임금인상 등 상황 호전"
주디스 나이도로프 CLACSO 수석연구원
"복지는 기본권리.. 국민 절반 前정부 그리워해 마크리 당선 후 세금 2000%나 올라 내수 타격
루이즈 브루 FIEL 경제연구소 국장
루이즈 브루 FIEL 경제연구소 국장


【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이태희 남건우 기자】 1951, 1956, 1982, 1989, 2001, 2014년 아르헨티나는 여섯 번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평균 13년에 한 번씩 국가 부도가 난 셈이다. 20세기 이전까지 계산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반복된 아르헨티나 경제위기의 원인은 다양하게 분석된다. 그중에서도 페론 정권 이후 확대된 '무상 복지'는 늘 논쟁의 대상이 된다. 1946년 집권한 후안 도밍고 페론 대통령은 대규모 무상복지 정책을 펼쳐 '페로니즘(Peronism)'이란 용어를 탄생시켰다.
남미에서 저명한 FIEL 경제연구소의 루이즈 브루 국장과 라틴아메리카사회과학연구소(CLACSO)의 주디스 나이도로프 수석연구원에게 아르헨티나 경제위기 진단을 요청했다. 두 사람은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주디스 나이도로프 CLACSO 수석연구원
주디스 나이도로프 CLACSO 수석연구원


―간단한 기관 소개를 부탁한다.

▲브루 FIEL 국장=1964년 설립된 사립경제연구소다. 아르헨티나뿐 아니라 남미 국가 전반의 경제상황을 연구한다. 도요타, 코카콜라, 중국공상은행, 피렐리, 쉘 등 대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운영한다. 특정 국가로부터 후원을 받는 일은 없으니 객관적 분석이 가능하다.

▲나이도로프 CLACSO 수석연구원=1967년 설립된 사회.교육학 연구소다. 통계분석 자료를 만들고 솔루션을 제안하는 일을 한다. 유네스코 같은 국제기구나 금융권과 함께 연구하는 경우가 많다. 남미에서 가장 큰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연구기관들과 정보도 공유한다.

―'무상복지 확대'를 아르헨티나 경제위기의 주된 원인으로 보는 데 대한 견해는.

▲브루=복지정책은 꼭 필요하다. 다만 경기가 나빠지면 줄이고, 다시 상황이 좋아지면 복구시키는 방식이 돼야 한다. 그런데 아르헨티나는 좌파 부부 대통령(네스토르 키르치네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이 집권한 2002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복지를 늘려 왔다. 이것이 국가 재정에 큰 짐이 됐다. 가스비, 전기세 등 온갖 보조금도 풀었다. 반면, 국민들이 안정된 일자리를 찾아 일정한 수입을 얻도록 하는 일엔 소홀했다.

▲나이도로프=얼마 전 아르헨티나 어린아이의 48%가 가난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처럼 최근 통계에서 빈곤층으로 잡히는 연령대가 무척 낮아지고 있다. 아이들을 굶어죽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국가 의무다. 아르헨티나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는 2015년 12월 6%였다. 현재는 20%에 달한다. 마크리 정부의 긴축정책이 국민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복지는 국민을 나태하게 만들지 않는다. 기본권리다.

―좌파성향이었던 이전 정부에 대한 평가를 부탁한다.

▲브루=크리스티나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은 거짓말이다. 당시 인플레이션율이 25%가 넘었는데, 10%밖에 되지 않는다고 통계를 조작해 발표했다. 빈곤지수 역시 선진국인 독일보다 좋은 상황이라고 거짓말했다. 많은 기업들을 국영화시킨 것도 잘못이다. 석유추출회사인 'YPF'를 완전 국영화시키면서 국가위기상황까지 몰고 갔다.

▲나이도로프=아르헨티나 국민 중 절반은 크리스티나 정부를 그리워한다. 마크리 대통령 당선 시 득표율은 51%였다. 나머지 49%는 야당인 정의당 차지였다. 전 정권에서 부정부패가 많았다는 기사가 연일 터지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가 부정부패를 지나치게 강조해 이용하려는 측면이 강하다. 요즘 '탈진실(Post truth)'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즉 검증된 진실은 대중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보다 감정 선동이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은퇴 후 받는 연금이 많아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브루=연금을 얼마나 주느냐보다 누구에게 지급하느냐가 더 큰 문제다. 2005년 연금제도 혜택을 받는 국민은 360만명 정도였다. 2015년에는 800만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좌파 정부 들어 아무나 연금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바꿔놓았다. 심지어 연금제도에 돈을 넣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혜택을 줬다. 디폴트 선언은 당연한 결과였다. 덧붙여 아르헨티나 최저연금 수령액은 400~450달러 정도로 남미 전체를 통틀어 가장 높다.

▲나이도로프=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다는 건 어리석은 소문이다. 공식, 비공식 통계를 모두 살펴봐도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근로시간은 굉장히 긴 편이다. 부지런히 일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만큼 대우를 못받는 것이 현실이다. 연금은 먹고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시켜주고 있을 뿐이다.

―마크리 정부 들어서도 인플레이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브루=맞다. 기대 보다 결과가 좋지 못했다. 심지어 마크리 집권 첫 해에는 인플레이션율이 38%까지 올랐던 적도 있다. 임금수준도 2.3% 감소했다. 다만, 다 이유가 있다. 전 정부 때 전기세, 가스비, 버스요금 등 각종 세금에 다 보조금이 지급됐다. 이 때문에 가격도 12년 동안 동결됐다. 이것을 3년 만에 정상화시키려다 보니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집권 2년차부터는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 임금 수준은 2.5% 성장했다. 인플레이션도 25%까지 줄였다.

▲나이도로프=마크리 당선 이후 페소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통계가 뒤집어졌다. 물세, 전기세 등 각종 세금이 1000~2000%까지 오르는 상황도 생겼다. 인플레이션은 계속됐지만 임금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격차가 생기기 시작했고 시장경제는 위축됐다. 여기에 무역시장까지 개방하면서 국내시장에 더 큰 타격을 줬다.

―마크리 정부 경제개혁의 변수는.

▲브루=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장 위협적이다. 긍정적인 것은 브라질 경제성장률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아르헨티나 수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생겼다.

▲나이도로프=아르헨티나에는 '검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근로계약서를 체결하지 않고 일하는 근로자들이다.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검은 직업'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을 경제지표 통계에서 제외하는 잘못을 범해선 안된다.

golee@fnnews.com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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