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면세점 업계 '사드교훈' 잊지 말길

얼마전 한 면세점 업체가 새로운 지점을 열었다. 이 회사는 영업권을 갑자기 따낸 상황이었다. 당시 준비가 부족해 오픈이 예상보다 느려질 거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회사 관계자는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누가 이런 마타도어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뜬소문의 진원은 알려지지 않은 채 새 지점은 예정대로 문을 열었다.

면세점 업체들 사이에서 시장쟁탈전이 치열하다. 한정된 시장에 최근 2~3년새 많은 기업들이 사업에 뛰어들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여기에 더해 사드 보복으로 면세점 업계의 '큰손' 역할을 하던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사업환경은 악화일로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면세점 시장이 이젠 '미운 오리' 신세로 전락했다.

최근 발표된 국내 면세점 업계의 지난해 실적은 참담할 정도다. 국내 1위 롯데면세점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6년(3301억원)보다 99.2% 감소한 25억원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위 신라면세점도 영업이익이 583억원으로 1년 새 26% 줄었다. 중소 면세점들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매출은 되레 늘었다. 이는 사드 보복으로 단체관광객이 줄자 보따리상을 대상으로 마진을 줄여서라도 매출을 올리기 위해 출혈경쟁을 벌인 결과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임대료 인하를 둘러싼 눈치싸움도 한창이다. 신라면세점이 인천공항공사의 임대료 조정안을 전격 수용하자 모양새는 중소면세점과 대기업과의 갈등으로 비쳐지고 있다. 눈치싸움이 처음은 아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7년 홀로 임대료 조정 협상에 뛰어들었다 결국 지난 2월 부분철수를 결정했다.

면세점 업계를 바라보는 이들의 피로도가 더해지고 있다. 책임소재는 누구에게나 있다. 잔뜩 사업은 확장해놓고 손쓰지 못하는 정부와 과도한 경쟁으로 언 발에 오줌누기식 경쟁을 펼치는 면세점 업계다. 더 이상 서로에게 더 깊은 상처를 내기 전에 업계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다행인 건 이번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의 방한 후 '사드 훈풍'이 더 따뜻하다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사드 보복이 완전히 풀리더라도 예전 분위기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면세점 업계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오은선 생활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