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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남북 경제교류의 봄은 언제 오나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5 17:03

수정 2018.04.05 21:39

[차장칼럼] 남북 경제교류의 봄은 언제 오나

평양 시내 동평양대극장에서 레드벨벳의 '빨간 맛'이 울려퍼졌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내가 레드벨벳을 보러 올지 관심들이 많았을 것"이라며 '레드벨벳'의 아이린 옆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공연 중간중간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곡명과 가사를 묻기도 했다.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예술단 공연 취재제한에 대해 유례없이 사과하는 간담회를 열어 우리측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북한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말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연초부터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1964년 핵실험 성공→1971년 미국 탁구팀 방중 '핑퐁외교'→1972년 닉슨.마오쩌둥 '상하이 공동성명'으로 미·중 관계를 정상화한 방식과 유사하다. 또 북한이 북·미 수교를 원하는 만큼 베트남처럼 미국과 친밀한 동맹으로 가는 방식도 가능할 수 있다.

지난달 베트남은 베트남전 종전 43년 만에 입항한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중국이 남중국해 세력을 확장하려 하자 베트남은 미국과 관계를 빠르게 강화했다. 적과 동지가 뒤바뀐 셈이다.

북한은 지난달 말 깜짝 북·중 정상회담으로 중국을 우군으로 확보했지만 그동안 관계가 껄끄러운 면이 있었다. 김일성 주석은 '중국을 너무 믿지도 말고 너무 멀리하지도 말라'고 했다.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면 북한은 중국과 미국 사이 줄타기 외교를 할 수도 있다.

이처럼 북한의 변화로 동북아 정세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이번 릴레이 정상회담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먼저 추구하고 있다. 정치적인 문제가 잘 해결되면 경제교류가 뒤따르게 된다. 북한은 해방 이후 제대로 개발된 적이 없어 통신.철도.도로 등 인프라부터 생필품까지 수십년 먹을거리가 나올 시장이 기대된다. 이를 대비해 정부와 금융업계가 민관 합동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건설.통신 등 국내 기업들이 북한을 개발할 만반의 준비가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과거 남북정상회담 등에서 실망한 경험이 많아 아직 큰 기대나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변화와 외교전은 전문가들을 놀라게 할 만큼 빠르고 거침없다. 김정은 신년사부터 남북 고위급회담, 남북 특사단 교환,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성사, 북·중 정상회담 등의 놀랄 만한 사건들이 불과 3개월 사이에 벌어졌다.
몇년이 걸릴 일이 압축적으로 이뤄졌다. 정상회담이 잘 돼야 한다는 가정이 뒤따르지만 대북제재가 풀리고 경제교류가 시작된다는 깜짝발표가 또 세상을 놀라게 할 수도 있다.
경제계가 샴페인을 미리 터뜨려도 안되겠지만, 한반도 국면전환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해도 안될 것이다.

lkbms@fnnews.com 임광복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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