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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해운업 재건, 무너진 신뢰회복이 출발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5 17:03

수정 2018.04.05 17:03

한진사태 때 트라우마 쌓여.. 시장에 '재발없다' 믿음줘야
정부가 침체에 빠진 국내 해운산업 살리기에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5일 해운재건 5개년계획을 발표했다. 민관 자금 8조원을 투입해 선박 200척을 새로 건조하고 안정적 일감 확보를 위해 원유, 석탄 등 필수 전략화물은 국적선사 이용을 의무화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해운 재건을 위한 골드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22년 해운 매출 5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해운산업 위기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금융위기 여파로 세계 해운산업은 10년 넘게 침체를 겪으면서 치킨게임을 벌여왔다. 하지만 2016년 여름 한진해운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가면서 한국 해운산업은 급격하게 추락했다. 2015년 39조원이었던 해운 매출액은 이듬해 29조원으로 급감했다.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은 절반 아래로 오그라들었다.

한진해운 파산은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줬다. 2016년 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2009년 이후 7년 만에 감소했다. 해운업계가 이번 대책에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힌 이유다. 한국선주협회는 "오랜 기간 민간과 소통 끝에 나온 대책이다. 해운이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기간산업으로 성장해가는 선순환 체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해운 후폭풍은 예견된 일이다. 구조조정의 핵심 목표가 돼야 할 산업경쟁력 강화는 뒷전으로 밀렸다. 그나마 한진해운 사태로 큰 비용을 치른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의 원칙을 새로 세운 것은 소득이다. 정부는 지난해 새로운 기업구조조정 추진방향을 발표하면서 부실기업의 회생 여부를 결정할 때 재무적 관점의 회계 실사와 더불어 산업적 측면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원칙은 최근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금호타이어까지 이어졌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부분은 국적선사의 적취율(국내 화주가 국내 선사에 화물을 맡기는 비율)을 끌어올리는 방안이다. 실제 부산항 적취율은 작년 35.5%밖에 안 된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해운산업 재건 정책토론회에서 SM상선 김칠봉 대표는 "지난해 SM상선은 국내 화주의 컨테이너 물동량 중 0.5%밖에 처리하지 못했다. 이 수치가 1%만 넘어도 자력갱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해운업의 중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해운업은 공장을 지어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과는 다르다. 한마디로 망(네트워크) 산업이다.
통상 1개 원양서비스 노선을 구축하는 데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인적 네트워크도 필요하다. '한진해운 트라우마'를 겪은 국내외 화주들의 신뢰를 되찾는 일이 급선무란 얘기다.
부산시장 출마까지 접고 해운업 재건에 팔을 걷은 김 장관에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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