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지방분권 시대 우리동네 특별자치] (3) 울산광역시 중구, 한글 사랑 실천으로 외솔정신 잇는다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5 17:12

수정 2018.04.05 21:33

한글사랑 지원에 관한 조례
한글학자 최현배 선생 고향
민족문화 계승·발전 이바지
예술문화제 등 지원 확대
'한글 도시' 이미지 구축
【 울산=최수상 기자】울산은 우리나라의 산업수도이면서도 '문화불모지'라는 불명예가 교차하는 곳이지만 '한글'과 관련된 문화만큼은 가장 앞장서 발전시켜 온 곳이다. 배경에는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의 고향이라는 자부심과 선생의 정신을 이어가려는 울산사람들의 노력이 숨어있다.

지난 2013년 6월 울산시 중구의회는 "울산광역시 중구 한글사랑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그 무렵 몇몇 지역에서 한글 애용을 촉구하기 위한 조례의 제정이 있었지만 한글을 사랑하고 이에 대한 실천을 지원하는 조례가 제정된 것은 처음이었다.

이 조례의 제1조(목적)에는 "한글학자 최현배 선생의 탄생지인 울산(중략) 한글사랑의 정신을 앞장서 되새기며 민족문화의 보전계승 및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라고 명시돼 있다. 조례의 출발점은 바로 '울산이 낳은 한글 연구의 태두'로 칭송받고있는 외솔 최현배 선생이다.


외솔은 울산시 중구 병영, 지금의 외솔기념관 자리에서 태어났다. 1910년 조선어강습원에서 주시경 선생으로부터 한글을 배웠으며 국학민족주의를 계승했다. 삼일만세운동 이후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조선어독본을 가르치며 애국심을 고취시켰으며 일본 유학 후 연희전문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우리말본' 출간 등 우리말 연구에 매진하고 후학을 양성했다. 시인 윤동주는 그의 대표적인 제자였다.

또 '조선어학회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해방 이후에는 우리 말로된 교과서를 편찬하고 한글학회를 20년 간 이끌어 왔다.

조례 제정 후 늦은감이 있었지만 중구의회는 2015년 의회기 및 의원 배지 등 의회 상징물에 사용된 한자 '義'를 한글 도안인 '의회'로 바꿨다. 이후 한글 관련 행사에 대한 지원이 조례로 보장되면서 울산에는 2012년부터 시작된 한글예술문화제가 확대돼 대한민국 한글 공모전, 한글 전국학술대회, 외국인 한글과거제, 한글사랑 거리 행진, 한글사랑 음악회, 한글미술대전 등 전국 최대 규모로 개최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글로 디자인 된 조형물이 곳곳에 설치돼 '한글 도시'의 이미지도 형성되고 있다.

광역 울산시의회에서도 한글사랑에 동참했다. 2014년 한글을 지키고 가꾸기 위한 '울산광역시 국어 진흥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에는 국어사용 환경개선, 국어 문화유산 보전, 국어발전을 위한 민간부문의 활동 촉진 등이 담겼다. 또 모든 공문서 등은 한글을 사용하도록 하고, 저속한 언어와 무분별한 외래어.외국어.신조어 등 사용을 금지하도록 명문화했다.


또 울산시는 법제처와 협약을 통해 2016년부터 '알기 쉬운 조례 만들기(한글화) 사업'을 벌여오고 있다. 올해 3월말 현재 약 80%의 작업을 진행했다.
한자어 표현인 '전대'는 '다시 빌려줄'로, '회무'를 '사무'로, '통할'은 '총괄'로, '강구'는 '마련'으로, '잔임기간'은 '남은 기간' 등으로 고치고 일본어식 표현인 '∼제1항의 규정에 의한'을 '∼제1항에 따른'으로, '사항에 대하여'를 '사항은'으로 바꾸는 등의 사업이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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