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아이비리그, 스펙이 전부는 아니다


한국의 교육열이 높은 것은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미국에 사는 한인들 또한 자녀 교육에 관한 한 본국에 비해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교육열이 높기는 비단 한인만이 아니다. 다른 아시아계인 중국과 인도인들의 교육열도 한인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은 것 같다.

교육열 높은 미국 내 아시안들의 목표는 대개는 이른바 아이비리그로 상징되는 명문 사립대 진학이다. 물론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 입학정원 자체가 상당히 적다. 아이비리그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하버드.프린스턴.예일 3개 대학을 합친 한 학년 학생수는 4000명을 약간 넘는다. 합격 통보를 받는 학생들은 조금 더 많지만 중복합격자 때문에 실제 등록 학생 숫자는 이 정도다. 한국의 웬만한 종합대학교 하나 학생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합격하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아이비리그 등 대부분의 미국 대학이 지난주 합격자 발표를 끝냈다. 학생수가 줄어 재정난을 겪는 미국 대학이 적지 않은데도 아이비리그는 갈수록 좁은 문이다. 합격률은 다시금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주변을 돌아보면 희비가 엇갈린다. 시쳇말로 완벽한 스펙을 갖춘 학생들이 떨어지는가 하면 의외의 학생들이 합격 통보를 받는 사례들이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주립대학들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성적 위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명문 사립대들은 인종, 지역별 쿼터제에다 운동특기생과 동문 자녀 우대, 일부 기부금 입학 그리고 남녀 비율도 가급적 50 대 50으로 맞추는 사정기준을 적용한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력은 기본이고, 운도 따라줘야 한다.

비슷한 스펙이라면 동북부나 캘리포니아의 대도시권 학생보다 농촌이나 산간 지역 출신 학생들이 훨씬 유리하다. 흑인, 히스패닉(중남미 계통), 아메리카 원주민 등 인종적 배경을 지닌 학생들이 백인과 아시아계에 비해 성적이나 특별활동 면에서 상당 수준 떨어지더라도 명문대 입학이 허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얼마 전까지 백악관의 안주인이었던 미셸 오바마도 흑인 여학생이라는 점이 고려돼 프린스턴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문대들은 가난한 가정환경에 굴하지 않고 배움에 열정을 보인 학생들도 선호한다. 교육열 높은 부모의 전폭적 보살핌을 받으며 좋은 스펙을 쌓아온 아시아계 학생들이 명문 사립대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흑인과 히스패닉 등을 우대하는 하버드대 방침 때문에 아시아계 학생들이 입시전형에서 받는 차별을 시정해달라는 행정재판이 이르면 7월에 시작될 것이라는 보도가 얼마 전 나왔다. 아시아계 단체 연합체인 '스튜던츠 포 페어 어드미션스(SFFA)'가 지난 2014년 연방법원에 하버드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재판이 이제야 진행되는 것이다. 하버드 등 몇몇 명문대 입시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차별과 불이익을 시정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심정적으로 충분히 공감한다. 특정 대학을 목표로 정말로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했고 나무랄 데 없는 스펙을 쌓았는데도 단지 아시아계 쿼터 때문에 낙방한 것으로 추정되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

재판 결과는 물론 예측할 수 없다. 재판 결과에 따라 미국 대학 입시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대학들의 현행 방침 유지가 옳다고 믿는다. 명문대들이 경제·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다소 우대하는 것은 교육적·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사안이 아니다.
명문 사학들의 현재 학생 선발정책은 미국 사회의 신분이동 촉진, 빈부격차 해소 그리고 사회적 다양성 제고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 수단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부가 못하는 일을 대학이 대신 하고 있는 셈이다. 백인과 아시아계 학생들만 바글거리는 대학은 글로벌 시대 대학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다.

jdsmh@fnnews.com 장도선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