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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영리한 '제2본사 후보지 오디션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8 17:07

수정 2018.04.08 20:54

"우리도시에 본사 지어라"
美 최고 권력자의 집중 공격에도 일자리 5만개 창출 계획 밝히자
트럼프 지지율 높은 댈러스 포함..주정부들 콘테스트 치르듯 홍보전
아마존 앉아서 도시정보 꿀꺽..238곳 인적자원.세혜택 등 정보
후보지 공모 과정에서 손에 쥔 셈
문어발식 사업에 '반아마존' 확산..반감 줄이고 이익 늘리려는 의도도
아마존의 영리한 '제2본사 후보지 오디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일주일새 벌써 4번이나 아마존을 향한 맹공을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존을 미 국민의 세금을 뜯어먹는 해로운 기업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대통령이 곧 아마존을 겨냥한 규제를 내놓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아마존 주가는 연일 폭락했다.

그러나 미국 각 주 정부의 태도는 완전히 다르다. 주 정부들은 아마존에 뜨거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아마존이 공모한 '제2 본사'후보지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댈러스 등 미 중서부 대도시들도 아마존에 열광하고 있다.

■아마존, 오디션 치르듯 제2 본사 후보지 물색.. 생생정보 '꿀꺽'

8일 주요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아마존은 지난해 9월 북미에 제2 본사 건설 계획을 발표하며 후보지 공개 모집을 시작했다. 제2 본사 건설비용으로 50억달러를 투자하고, 5만개 이상의 새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미끼로 단숨에 238개 대도시의 관심을 장악했다.

아마존은 자신들이 필요해 사옥을 지으면서 이를 미국은 물론 캐나다와 멕시코 등 북미 모든 대도시가 참여하는 콘테스트 장으로 만들었다. 이런 전략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연상케 하며 전에 없는 기발함을 자랑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아마존은 이 도시 콘테스트를 통해 어떤 부가적 이득을 얻었거나 얻게 될까.

먼저 도시 선정과정에서 아마존은 미국과 캐나다의 거대 도시들이 가진 귀중한 정보를 모두 손에 넣었다. 응모에 참여한 238개 도시는 저마다 현재 가진 인적자원, 시민들의 삶의 질 수준, 대중교통 수단 접근성, 세제 혜택 같은 인센티브 등을 상세히 아마존에 제출했다. 어디서도 얻기 힘든 생생한 정보를 아마존은 앉아서 꿀꺽한 것이다. 이 자료는 아마존이 사업 확장 전략에 매우 유용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 아마존의 차기 물류 창고, 서비스 센터, 연구개발 사무실 등을 선정하는데도 활용될 수 있다. 아마존 공공정책 담당 책임자인 홀리 설리번 역시 "이번 과정을 통해 우리는 미래 인프라 투자와 고용 창출을 위한 장소를 물색할 때 매우 값지게 쓰일 새로운 도시들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됐다"고 인정했다.

■공짜 홍보효과도 '쏠쏠'

아마존의 제2 본사 선정 과정은 연일 전세계 미디어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돈 한푼 안들이고 엄청난 홍보 효과를 얻은 것이다. 앨라배마주 버밍햄은 아마존 제2 본사 유치를 위해 시내 곳곳에 대형 아마존 배달 박스를 설치하고 시민들의 대시 버튼 누르기 행사를 통해 얼마나 버밍햄 시민들이 유치를 갈망하는지를 아마존 측에 보여주려 애썼다. 캔자스시티의 슬라이 제임스 시장은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1000개의 상품을 무작위로 선정해 별 다섯 개짜리 리뷰 글을 올렸다.

각 도시들은 2010년 시애틀에 아마존 본사가 들어선 이후 380억달러 규모의 투자, 4만명이상의 고용효과와 부차적 일자리 5만3000개 창출이 이뤄진 '아마존 효과'가 재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도시에 젊은 고속득자들이 늘어나면서 지역 사회와 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 넣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무색할 만큼 아마존은 제2 본사 공모 과정에서 많은 소득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마존은 이달초 20곳으로 추린 제2 본사 후보지 중 시카고, 댈러스, 인디애나폴리스, 워싱턴DC 등 10여 개 도시에 은밀히 실사단을 파견했다. 후보 도시들은 아마존 실사단을 극진히 대우했다. 일부 도시들은 아마존의 환심을 사기 위해 파격적인 재정적인 인센티브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뉴저지와 뉴워크는 아마존에 70억달러 상당의 세금 감면을, 메릴랜드주의 몽고메리 카운티는 50억달러의 세금 감면을 제안한 상태다. 백악관 최고권력자의 위협은 들리지 않는 듯 말이다.

■'반아마존' 정서 완화 노린 장기 전략

사실 아마존에 대한 미국 내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사업 영역을 닥치는 대로 넓히며 산업계의 포식자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아마존 때문에 미국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난 3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아마존은 너무 많은 힘을 갖고 있고 그 힘을 남용하고 있다"면서 "아마존이 시장지배력을 납품업체들을 쥐어짜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내에서는 아마존의 공세에 밀려 도산한 기업이 부지기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마존이 침입하는 산업에서 기존 기업들의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심지어 아마존이 특정 분야의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는 루머만 돌아도 관련 산업의 주가가 폭락하는 '아마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아마존은 제2 본사 유치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베조스는 제2 본사는 물론 2018년까지 미국에 10만개의 새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미 국민이 가진 가진 '반아마존' 감정을 어느정도 불식시키면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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