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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모바일 캐릭터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9 16:56

수정 2018.04.09 16:56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 '구데타마(ぐでたま)'라는 캐릭터가 인기를 끈다고 한다. 구데타마는 술 취한 사람이 흐느적대는 모양새를 뜻하는 '구데'와 달걀을 뜻하는 '타마'를 합친 말이다. 흰자 위에 사람처럼 널브러진 노른자가 무기력한 표정을 짓고 있다. 성별이 없고, 아무것도 될 수 없는 무정란이다. 구데타마는 "피곤해" "내년부터 의욕을 내자"라고 내뱉는다. 이 무기력하고 냉소적인 성격이 일본 젊은이들을 끌어당겼다.
지난해 구데타마의 트위터 계정은 팔로어가 60만명을 넘어섰다.

구데타마 이전엔 올해 44세인 '헬로 키티'가 전 세계적 사랑을 받았다. 헬로 키티는 일본 캐릭터업체 산리오가 미국 개 '스누피'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었다. 일본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이 헬로 키티에 열광했다. 부모 세대는 고도성장의 혜택을 업고 풍요롭게 자랐지만 자녀 세대는 치열한 경쟁과 외로움에 시달렸다. 입이 없는 무표정한 얼굴, 커다란 귀가 달린 고양이 캐릭터는 그런 청년들에게 위로가 됐다. 현재 헬로 키티의 자산가치는 무려 20조원이다.

이제 일본 등 해외시장에 한국 캐릭터가 뿌리내리고 있다. 네이버의 캐릭터사업 계열사 라인 프렌즈는 지난달 하라주쿠에 해외 매장 100호점을 열었다. 첫날 6000여명이 줄을 서 들어갔다고 한다. 브라운(곰), 코니(토끼), 샐리(병아리) 등은 일본인이 자주 쓰는 '라인' 스마트폰 메신저에서 친숙하다. 작년 7월 문을 연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매장에도 첫날 3만5000여명이 다녀갔다. 카카오에서 분사한 카카오프렌즈도 일본에 매장을 내는 걸 고려 중이다. 카카오톡 메신저에서 라이언(사자), 어피치(복숭아), 무지(토끼) 등은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라인프렌즈와 카카오프렌즈의 매출은 2년 만에 각각 1000억원에 육박했다. 모바일 메신저에서 얻은 인기를 오프라인 매장까지 확장한 결과다.

한국의 캐릭터는 헬로 키티와 닮았다. 카카오프렌즈의 라이언은 사자이지만 갈기가 없어 곰을 연상시킨다.
얼굴은 무표정하지만 동글동글해 푸근하다. 그런 점이 젊은 세대들의 공감을 얻은 게 아닐까. 라인프렌즈 김성훈 대표는 "캐릭터를 활용한 인공지능(AI) 서비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모바일 캐릭터가 국내 혁신산업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ksh@fnnews.com 김성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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