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취업하기 적당한 온도는 몇도입니까

숫자는 우리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일상사로 보면 지하철 개찰기에 찍히는 요금도 숫자이고, 내가 타야 할 버스를 식별할 수 있는 것도 숫자를 통해서다. 통장에 찍히는 월급의 숫자가 커지면 기뻐하고, 빠져나가는 숫자가 커지면 우울해진다. 그런데 숫자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능력, 가치를 평가하는 계량수단으로도 사용된다.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수단(학교성적, 인사평가)이 되기도 하고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수단(매출액, 영업이익)으로도 사용된다.

정부도 역시 숫자로 평가되곤 한다. 사실은 결과보다는 국가와 국민을 염두에 두고 사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그 노력을 객관적으로 계량화할 수 있는 수단은 역시 숫자뿐이다. 그래서 경제성장률, 국민소득, 고용, 물가 등의 중요한 통계지표가 나올 때마다 한바탕 난리가 난다. 언론은 사회의 공기(公器)라는 자긍심을 바탕으로 정부정책의 잘못을 집어내야 하는 의무감을 가진다. 그래서 중요한 경제지표들이 나쁜 숫자로 발표되는 것을 좋아한다. 반대로 정부는 좋은 숫자가 나와야 안도의 한숨을 쉰다.

최근 정부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던 지표가 있다. 작년 경제성장률이 3년 만에 3%대인 3.1%로 올라섰다. 그런데 2016년 성장률 2.9%와 2017년 성장률 3.1%의 차이인 0.2%포인트가 국민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국민은 과연 그 0.2%포인트를 체감하고 있을까. 경제가 좋아졌다고 환호하고 있을까. '글쎄'라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나아가 설령 0.2%포인트가 좋은 의미를 가진다고 할 때도 국민은 정부가 잘해서 그랬다고 생각할까.

반면 정부가 곤혹스러워했던 지표도 있다. 바로 2월 고용지표다. 신규취업자 수(정확히는 취업자 증가 수)가 10만4000명에 그쳤다. 불과 두세 달 전 기획재정부가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예측했던 32만명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숫자다. 언론들은 신이 났고, 고용추락의 이유를 정부정책에서 찾았다. 바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으로 본 것이다. 반면 정부는 '날이 추워서' 구인·구직 활동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물론 날이 추워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러나 왠지 어설퍼 보인다. 혹시 그동안 하도 최저임금 인상정책으로 공격을 많이 받아서 무의식적 방어기제가 작동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경제 통계지표는 좋은 숫자도 있고, 나쁜 숫자도 있다. 정부가 매번 발표되는 통계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절대 좋은 정책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정부 스스로가 최저임금 인상정책이 옳다고 믿는다면 고용지표가 일시적으로 나빠진다 하더라도 떳떳하게 대응하는 것이 낫다. '날이 추워서'라는 어설픈 변명보다는 "최저임금제의 영향일 개연성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경제주체들이 이런 변화에 적응해갈 것이고, 중장기적 소득효과로 고용시장은 차차 안정돼 갈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세련돼 보인다.
날이 추워서? 나중에는 날이 더워서? 도대체 취업하기에 적당한 온도는 몇 도인지 궁금해진다. 이제 곧 3월 고용지표가 발표된다. 만약 '나쁜 숫자'가 나온다면 이번에는 무엇이라 말할지도 궁금해진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