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재건축 부담금, 1주택자는 어쩌라고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9 16:57

수정 2018.04.09 16:57

[차장칼럼] 재건축 부담금, 1주택자는 어쩌라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부과 대상에 1가구 1주택자도 포함돼 있다. 1주택자들은 사실상 투기꾼이 아니라 실소유자이고, 이 제도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선의의 피해자 구제책을 국토교통부에서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한다."(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택시장에 대한, 특히 재건축시장에 대한 잘못된 신호로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리고 입법 취지인 부담금에 대해 개발이익이 지나치게 사유화되거나 이런 부분들을 원칙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떤 방법이 있을지 연구해 보겠다."(손병석 국토부 1차관)

지난해 12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재건축 시장의 최대 이슈인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을 앞두고 오간 말이다.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발의된 초과이익환수제 개정안 역시 비슷한 내용이다. 10년이나 20년씩 한집에서 살아 온 1주택자와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사들인 사람은 차등을 둬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 급등에 불을 붙인 것은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들이다. 대한민국에서 주거환경이 가장 좋다는 강남 한복판에서 낡은 아파트를 허물고, 새집을 짓는다는데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다만 이렇게 새로 지어진 아파트의 개발이익은 불로소득이고, 일정부분 과세를 해야 한다는 게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의 배경이다.

하지만 수십년을 한 아파트에서 살아온, 너무 낡아서 재건축에 들어가는 집주인들에게 재건축 부담금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부담이다. 국토부의 말대로 4억원 넘는 재건축 부담금이 부과된다면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집을 파는 것밖에 없다. 5년간 분할납부가 가능하다지만 집을 팔지 않고 수억원을 마련하는 방법이 떠오르질 않는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나도록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는 1주택자에 대한 이렇다 할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저 "논의 중이다" "검토 중이다" 정도의 형식적 답변만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국토부 입장에서는 재건축시장 과열을 막는 정책에 김을 빼는 것 같이 느껴질 수도 있다.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이 조만간 조합에 통보될 예정이고, 얼마가 책정되느냐는 앞으로의 집값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생을 전제로 한 정책이 시장에 연착륙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장 부담금 예정액이 통보되면 1주택자들의 거센 항의는 불을 보듯 뻔하다.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실에서는 "법안 통과와 별개로 국토부가 어떤 액션이라도 취해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재건축 부담금 때문에 살던 집을 팔았다는 뉴스는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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