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주총 발목잡는 3%룰


코스피 상장사 에이프로젠제약은 이달 27일 주주총회를 연다. 올해 들어서만 세번째다. 지난달 23, 30일 두 차례 주총을 열었지만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회사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등 주주 참석을 늘리려 애썼지만 효과는 없었다.

3월 주총 시즌이 마무리됐다. 당초 작년 말 섀도보팅 제도가 폐지되면서 무더기 부결 사태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대란은 없었다. 3월까지 주총을 연 1933개 상장사 가운데 의결정족수가 모자라 안건이 부결된 곳은 76곳으로 3.9%다.

대란은 없었지만 문제가 없지는 않다. 안건이 부결된 76곳 가운데 56개사는 감사를 뽑지 못했다. 71곳이 코스닥 업체로 대부분 중소기업이 피해를 봤다. 이들은 주총을 다시 열어야 한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한국상장사협의회는 내년 199개, 2020년 224개사가 감사를 뽑을 때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섀도보팅제는 한국에만 있는 제도였다. 상법상 주총 안건 통과 요건이 까다로워 주총이 무산되는 것을 막으려 1991년 도입했다. 주총에 불참한 주주는 참석 주주의 찬반 비율에 맞춰 반영한다. 하지만 대주주의 독단경영에 악용된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2014년 폐지를 결정했다가 작년 말로 미뤘다. 유예기간 3년이면 상법을 고쳐 의결정족수 요건이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결과는 어긋났다. 규제는 놔둔 채 피해 대책만 없앤 꼴이다.

요즘 투자 성향은 주식 소유보다 차익을 챙기는 게 우선이다. 주가에 영향이 없으면 경영에는 별 관심이 없다. 또 주식을 자주 샀다 팔았다 해서 주주명부상의 주주와 실제 주주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총이 겉돌 수밖에 없다. 정부는 중소기업 주총 지원단을 만드는 등 땜질 처방에만 급급했다. 주총 개최일 분산에도 나섰지만 상장사의 90%가 3월 마지막 2주에 몰렸다.

한국은 의결정족수 요건이 까다롭다. 전체 주식수의 25%가 찬성해야 주총 안건이 통과된다. 감사를 뽑을 때는 대주주 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의결권이 3%로 묶인다. 3%룰은 갈라파고스 규제다. 1주=1표라는 평등 원칙에도 어긋난다. 대주주 비중이 높을수록 애를 먹는다. 그동안 정부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라며 대주주 지분 분산을 유도한 것과도 거꾸로다.

외국의 경우 주총에 의결정족수 규제를 둔 곳은 많지 않다. 미국과 스위스·독일.스웨덴.네덜란드 등은 의결정족수 자체가 없다. 주주 한 명만 참석해도 다수결로 결정된다. 영국은 2명 이상이다. 일본에선 전체 주식의 50% 이상 참석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업이 정관으로 이를 배제할 수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올 초 "주총에 참석한 주식의 과반수 찬성으로 안건이 통과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현행 상법은 1963년 시행된 뒤 20여차례 개정됐다. 하지만 3%룰은 55년이 지난 지금에도 살아남아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