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중기부의 약속 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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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홈쇼핑의 판매 수수료율을 약속대로 인하해야 할까. 아니면 약속을 깨고 현행대로 유지해야 할까.

정부는 지난 2015년 공영홈쇼핑 개국 허가를 내줬다. 그러면서 개국 당시 최초 3년만 기존 사업자(32.1%)의 70% 수준인 23%로 수수료율을 책정하고 4년차(2018년)부터는 20% 수준으로 조정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명분은 상당했으며 지금도 유효하다.

바로 중소.벤처기업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만들어낸 상품들의 판로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들의 홈쇼핑방송 수수료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4년이 지난 2018년 공영홈쇼핑의 최대주주인 중소벤처기업부는 현행 수수료율 23%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전달했다.

입장이 완전히 바뀐 것인데 가장 큰 이유는 공영홈쇼핑의 누적 적자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19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공영홈쇼핑은 2016년에는 94억원, 지난해에는 3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누적 당기순손실은 318억원을 넘는다.

만약 수수료율이 추가로 3%포인트 인하될 경우 1년에 최소 100억원 이상 적자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수수료율을 인하하지 않을 경우엔 그 부담(연 100억원)을 고스란히 공영홈쇼핑에서 물건을 파는 중소.벤처기업과 농수산물 제조업체들이 져야 한다는 점이다.

중기부의 입장 변화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약속을 안 지켜도 되는 것일까.

중소 소프트웨어기업 '인타운'의 이창희 전 대표는 최근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사 경영권을 후배에게 넘겼다. 인타운의 사내 경영권 인수인계는 20년 전 이 전 대표가 후배들에게 한 약속이었다. 그는 인타운 창업 후 2년이 지난 1998년 창업 멤버였던 배 전무를 비롯한 후배들에게 20년 후 회사 경영을 맡기겠다고 약속했고, 올해 그 약속을 지켰다.

불과 3년 만에 약속을 깨버린 중기부가 20년 전 약속을 지킨 중소기업 대표에게 배워야 할 점은 분명하다. 약속은 지켜져야만 한다. 특히 정부의 정책은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부 정책을 믿고 사업계획을 짠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약속은 작은 것부터 지켜져야 한다. 사소한 약속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이 더 큰 거짓말로, 변명으로 변질되고, 결국 커다란 이슈로 확대되는 것을 우리는 수도 없이 봐왔다.

약속이 지켜져야 신뢰가 쌓이고, 신뢰는 곧 한 기업의, 한 나라의 경쟁력이 된다.

물론 정책을 펴다 보면 불가피하게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수수료율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던 수많은 벤처.중소기업들과 농수축산물 제조업체들에 충분히 전후사정을 소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유를 정확히 알면 상대방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야말로 신뢰를 쌓는 첫걸음이다.

yutoo@fnnews.com 최영희 산업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