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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국민의 눈높이, 문명의 눈높이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1 17:11

수정 2018.04.11 17:11

[fn논단] 국민의 눈높이, 문명의 눈높이

국민의 눈높이는 높아졌는데 이에 맞는 행동을 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정치인들과 관료들의 사과 인터뷰로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지난 정권에서 시작된 '국민 눈높이' 인터뷰가 아직까지도 계속되는 걸 보면 우리 정치인들은 여야 할 것 없이 국민에 비해서는 매우 낮은 눈높이에 맞춰 생활하는 듯하다. 사실 도덕적 기준을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큰 문제는 새로운 문명에 대한 국가 문명의 눈높이를 맞추는 일이다. 요즘 여야가 쏟아내는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는 이념분쟁에 가깝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해석은 물론이거니와 기업과 노조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도 그렇다. 선거가 다가오니 이런 현상이 더욱 극심해진다.
서로 양극단에 서서 한 치의 양보도 없다.

눈을 돌려 선진국 문명의 관심사를 살펴보자. G2라고 불리는 미국과 중국은 거의 전시 상황이다. 그런데 이념에 관한 이야기는 한 줄도 없다. 오로지 무역이고, 경제고 또 새로운 일자리에 관한 내용이다. 단골 손님이던 중국의 인권 문제조차 조용하다. 트럼프는 사라진 미국의 일자리를 중국 탓으로 몰아가며 전쟁도 불사할 기세다. 우리가 보기에는 가장 골치 아픈 게 북한 문제일 텐데 북·미 정상회담 개최는 30분도 안 돼 결정해버린다. 미국 내부에서는 오히려 아마존과 트럼프의 대립이 핫이슈가 됐다. 아마존이 일자리를 없애는 기업이냐, 혁신을 통해 미국을 성장시키는 기업이냐가 논란의 대상이다. 이 시대 미국의 관심은 오로지 경제다. 트럼프 트윗의 내용을 빅데이터로 분석해도 답은 명확하다. 중국의 시진핑도 다르지 않다. 제조산업에서 기반을 닦아 힘을 키운 후 텐센트와 알리바바를 키워 미국 플랫폼의 대륙 상륙을 막아내고 신문명 시대의 글로벌 시장 리더를 천명하고 나섰다. 전 세계 전자상거래의 40%, 미국 거래액의 10배를 달성했으니 이제 포노사피엔스 마켓에서는 당당한 리더라고 할 만하다. 이제 블록체인 기술과 전자화폐를 통해 미래 기축통화의 주인공을 넘보고 있다. 이 새로운 도전은 미국과의 대립은 물론 내부적으로도 엄청난 정권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일당독재의 공산주의 정권에서는 정보의 자유로운 공유와 확산만큼 불편한 게 없다. 그런데 정치 지도자들이 중국의 미래, 중국 청년의 일자리를 위해서 위험한 선택을 결정한 것이다. 그 결과 세계 10대 기업은 이제 성조기와 오성홍기로 채워졌고 청년일자리도 가장 가파른 속도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우리 나라 정치인들의 도덕적 잣대는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걸 분명히 확인했다. 심지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푸념처럼 들리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국민 눈높이를 낮춰야 할까? 분명한 건 이미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를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문명의 눈높이도 마찬가지다.
정치인들 눈높이에 맞춰 이념 중심의 정책 대립을 계속한다면 문명의 눈높이가 달라진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우리의 미래는 암담해질 뿐이다. 이들 국가에 경제의 대립이 아닌 이념 대립으로 돌아가달라 할 수 없지 않은가. 글로벌 경제는 이렇게 답하고 있다.
문제는 경제이고, 해법은 일자리라고. 국민 눈높이만큼 높아지고 달라진 글로벌 시장경제의 변화도 열심히 공부해서 높아진 문명의 눈높이도 이제는 좀 맞춰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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