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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고장난 일자리 정책 … 기업에 맡겨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1 17:11

수정 2018.04.11 17:11

고용시장 17년만에 최악.. 정부주도형 한계 드러나
고용시장이 두 달째 얼어붙고 있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률이 4.5%에 이르고, 실업자 수도 126만7000명으로 늘었다. 둘 다 2001년 이후 3월 기준으로 17년 만에 최악이다. 청년실업률은 11.6%였고, 체감 청년실업률은 24%나 됐다.

더 심각한 것은 취업자 증가폭이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만2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2월(10만4000명)에 이어 두 달 연속 10만명대 초반에 머물렀다. 취업자 증가폭은 월별로 25만~35만명 사이에서 움직이는 것이 보통이었다. 지난달 실적은 정부가 연초에 발표한 '2018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제시한 올해 일자리 공급 목표치(32만개)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지난달 고용실적을 부문별로 보면 건설업과 도소매업에서 부진이 두드러졌다. 건설업은 증가폭이 10만명대를 유지하는 것이 보통인데 지난달에는 4만4000명에 그쳤다. 도소매업에서는 취업자 수가 9만6000명이나 줄었다. 건설업 불황과 최저임금 등이 요인으로 지적된다. 호조를 보였던 지난해 3월 실적(46만3000명 증가)에 대한 기저효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3%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경제가 이 정도 성장하면 그냥 놔둬도 일자리가 30만개 정도는 만들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지난 두 달의 실적과 비교하면 20만개 가까운 일자리가 사라진 셈이다. 왜 그렇게 됐는지 세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지난 1년 동안 조선업 등 일부 산업에 구조조정 요인이 있긴 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정부가 일자리를 만든다며 수많은 대책들을 내놓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시장의 자율적인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닌가. 현재의 심각한 고용부진 현상은 정부의 과도한 고용시장 개입이 주된 원인일 가능성을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일자리정책이 고장이 났다. 정부는 스스로 일자리 정부를 자임할 만큼 일자리정책에 열성을 쏟아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일자리정책을 직접 챙겼다. 공무원 증원에서 대규모 추경에 이르기까지 거의 매달 일자리대책을 내놓다시피 했다. 그런데도 일자리 사정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정부의 일자리정책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시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일자리 정부는 실패할 위험이 크다. 정부 주도형 일자리정책의 전면적 재점검이 필요하다.
정부가 고용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시장 주도형, 기업 주도형으로 일자리정책의 틀을 바꿔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이 고용을 더 늘릴 수 있도록 측면 지원하는 데 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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