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진술이 핵심인 성추행 수사, 영유아 피해자는?

김유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5 13:45

수정 2018.04.15 13:45

"전문가 절대 부족, 시스템 마련 시급"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최근 미투운동이 확산되면서 영유아 대상 성폭력 신고도 이어지지만 피해 사실을 진술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경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해자인 영유아를 상대로 전문적인 조사 및 수사를 할 수 있는 인력과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영유아 진술 이끌 기술·인력 필요
15일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유아(7세 이하) 대상 성폭력 상담은 2013년 48건(3.4%), 2014년 45건(3.1%), 2015년 38건(2.85%), 2016년 36건(2.7%), 지난해 41건(3.3%) 등으로 해마다 40건 안팎에 달한다.

성폭력 사건 수사는 기본적으로 피해자 진술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진술 일관성 여부에 따라 유무죄가 갈리기도 한다. 성폭력사건에서 중요한 피해자 진술이 영유아(0~5세)일 경우 의사소통이 어려워 난항을 겪기도 한다.


경찰 관계자는 "성추행 사건은 피해자 진술을 받고 전문의가 상처 부위를 판단한다"며 "성추행 피해아동이 직접 진술하지 못할 경우 보호자 진술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영국, 노르웨이, 스웨덴 등 선진 외국의 경우 아동 인권을 독립적으로 관리감독하는 제도를 운영하면서 영유아 전문가가 영유아 성추행 사건 등에 관여하고 있다. 서울여성아동인권센터 한 변호사는 "영국에서 3살 아동에 대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영유아 전문가가 해당 아동과 소통해 피해 진술을 이끌어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연세대 정신건강의학과 신의진 교수는 "영유아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지만 그 같은 기술을 가진 인력이 우리나라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진실에 최대한 근접하게 수사하려면 걸맞은 제도와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증거채취 강제 어려워
영유아의 피해 진술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요한 단서는 몸에 남아있을 수 있는 증거다. 성폭력 의심사건이 발생하면 사건 발생 때부터 72시간 내에 피해자 몸에 남은 증거를 채취할 필요가 있다. 경찰에 성폭력 신고가 접수될 경우 성폭력 피해자 통합 지원센터인 해바라기센터가 증거 채취를 돕고 있다. 해바라기센터는 응급키트를 동원, 겉옷 수집부터 생식기 증거채취 등을 진행한다.

문제는 경찰이 보호자에게 이 같은 증거 채취 시스템을 강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2월 13일 제주에 거주하는 미혼모 A씨는 "아이 음부에 상처가 있다. 성추행이 의심된다"며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해바라기센터로 오라"고 권했으나 A씨는 본인 몸이 좋지 않은데다 거리가 멀다며 주변 의료원에 가겠다 말했다.

A씨는 신고 다음날 아이의 상처 사진을 들고 인근 산부인과를 찾았고 "사진 소견상 성적 학대를 의심할 수도 있는 다발성 상처가 회음부에 관찰된다"는 의사 소견서를 받았다. 그러나 경찰은 해당 소견서가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소견서가 구체적인 검사가 아니라 보호자의 진술에 따라 작성돼서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증거불충분'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성폭력 사건에서는 피해자 의사 존중이 우선으로, 해바라기센터 증거 채취를 부모에게 강요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성폭력 피해아동을 진료해온 한 전문가는 "경찰이 신고 접수 즉시 아이를 전문기관에 데려갈 필요가 있었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성추행과 아동학대를 따로 구분하다보니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국은 이 같은 신고가 들어오면 바로 아동을 병원에 입원시키고 미국은 대학병원과 연계해 관리하기도 한다"며 "우리나라도 자기보호가 어려운 아동 문제에 전문가가 나설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