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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해외 대기획 3탄] 브라질, 국민 100명 중 22명이 빈곤층..빈민가는 범죄조직이 장악

남건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2 17:08

수정 2018.04.12 17:08

[포퓰리즘의 비극 중남미를 가다] 브라질 - <1>극심한 빈부격차
나라 전체가 빚덩이, 작년 GDP대비 부채比 74%
길거리에는 쓰레기만 넘쳐나..100명 중 13명 실업자
친기업적 노동개혁 일부 불만..정치인 비리도 경제에 악영향
지난 3월 8일 브라질 상파울루 최대 빈민가 '헬리오폴리스'의 거리 풍경. 한 여성이 건물 사이에 있는 좁은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사진=남건우 기자
지난 3월 8일 브라질 상파울루 최대 빈민가 '헬리오폴리스'의 거리 풍경. 한 여성이 건물 사이에 있는 좁은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사진=남건우 기자

【 상파울루(브라질)=남건우 이태희 기자】 마을 입구에 선 경찰들은 경계심을 드러내며 지나가는 차량을 쳐다봤다. 지난 3월 8일 브라질 상파울루 최대 빈민가 헬리오폴리스에선 정오가 갓 지난 대낮이었음에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브라질 현지 가이드는 "얼마 전 헬리오폴리스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며 "이곳에선 일상과도 같은 풍경"이라고 말했다. 가이드는 헬리오폴리스로 들어가며 자동차 창문마저 열지 말 것을 당부했다.


헬리오폴리스에는 낮은 층수의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건물 사이에 난 작은 골목길에는 현지 주민들이 쉴새없이 오갔다. 가이드는 "외부인이 저 골목길로 들어가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며 "범죄조직이 장악한 이곳 사람들은 외부에서 온 사람을 첩자로 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날 헬리오폴리스 길거리에는 쓰레기들이 가득했다. 오래된 건물은 도색이 벗겨진데다 군데군데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브라질에는 헬리오폴리스와 같은 '파벨라'(포르투갈어로 빈민가를 뜻하는 말)가 셀 수 없이 많다. 파벨라는 브라질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브라질 빈곤층은 전체 인구의 22.1%인 4550만명에 달한다. 정부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빈곤층을 줄이려면 공공지출을 늘려야 하지만 재정 부담이 만만치 않다. 브라질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74.0%에 이른다. 실업률은 13.4%나 된다.

[fn 해외 대기획 3탄] 브라질, 국민 100명 중 22명이 빈곤층..빈민가는 범죄조직이 장악


헬리오폴리스를 돌고 나와 브라질 최고 명문인 상파울루주립대학으로 향했다. 가방을 멘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어딘가로 움직이기 바빴다. 여느 한국 대학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캠퍼스에 만난 마리아나씨는 "최근 경제위기가 너무 심각했다"며 "특히 20~30대 실업률이 크게 늘어났다"고 한탄했다.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단행한 노동개혁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테메르 정부는 지난해 말 친기업적인 방향으로 노동법을 개정했다.

레반드로씨는 "브라질은 노동개혁을 받아들이지 않을 옵션을 갖고 있지 않다"며 "국민 10%가 실업자 신세인데 일단 먹고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발바라씨는 "고용주 입장에서만 좋은 개혁"이라며 "노동자들의 경우 노동시간은 길어졌고 권한은 줄었다"고 설명했다.

쓰레기로 가득찬 헬리오폴리스의 길거리. 사진=남건우 기자
쓰레기로 가득찬 헬리오폴리스의 길거리. 사진=남건우 기자


테메르 정부가 들어서고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했지만, 정치권의 비리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타우아씨는 "좌파 정권이 물러나면서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며 "이런 기조가 유지되면 실업률도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리아나씨는 "브라질에선 비리 문제가 심각하다"며 "세금으로 거둬들인 돈이 의료나 복지에 투자되지 않고 일부 정치인에게로 흘러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ethica@fnnews.com 남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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