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장 목소리 빠진 배출권 거래제

지령 5000호 이벤트
현장의 목소리를 정부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말이 하루이틀 된 충고는 아니다. 수많은 정부정책 비판 기사나 칼럼에서 마지막을 맺는 제안과 충고가 현장의 요구를 경청하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한 번 더 보태서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꼭 반영하라고 강조하고 싶은 제도가 있다. 바로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다. 오는 2030년까지 장기간 추진될 과제라는 점은 물론 정책 시행 초기 계속 혼선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는 우리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37% 감축하겠다는 목표에 따라 지난 2015년부터 시행됐다. 정부가 기업에 배출권을 할당하고, 기업들이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정부는 3년 단위로 계획을 수립, 지난해 배출권 거래제 1차 계획이 종료됐다.

배출권 거래제 2기 계획이 올해부터 시작돼야 하지만 문재인정부 출범에 따른 에너지정책 기조 변화로 구체적인 정책내용 발표가 예정 시기보다 늦어지고 있다. 환경부는 오는 6월 유상할당 업종을 정하고, 9월엔 업체별로 할당량을 결정할 계획이다. 올해가 끝나기까지 불과 3개월을 남겨놓고 구체적인 연간 계획을 내놓는 셈이다.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자 지난해엔 배출권 가격이 요동치며 시장의 불안감이 고스란히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산업현장에서는 거래제도 운영을 시장 기능에 더 맡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차 계획기간 개별 업계의 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 탓이다. 정부는 지난 1차 계획기간 발전부문과 산업부문을 분리하지 않아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환경부가 최근 내놓은 운영 결과 보고서에서 설문조사 응답기업 가운데 81%가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가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변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규제는 도입보다 운영이 더 중요하다. 정부가 의도한 대로 온실가스배출권 거래가 더욱 활발해지도록 하려면 정책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가장 지름길은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시장 기능을 활용해야 한다.
정부는 개입을 줄이고, 공정한 규정을 만들어 감시만 제대로 해주면 된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기업에 혜택을 제공하면 시장은 정부가 목표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정부가 시장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정책을 수립해 내놓길 바란다.

gmin@fnnews.com 조지민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