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회의원 해외출장 '잘' 보내주자

누구나 해외출장 부러워하는 것, 잘 알고 있다. 답답한 사무실을 벗어나 비행기를 타는 것만으로도 멋진 일이다. 호텔 뷔페에서 아침을 먹고, 면세점 들러 쇼핑도 한다. 처음 보는 문화를 접하며 기분도 낼 수 있다. 전부 남의 돈으로 말이다.

이런 해외출장을 밉고도 또 미운 국회의원들이 간다고 하니 속이 불편하다. 중요한 일로 가는 것인지도 의심된다. 심지어 최근 나랏일 하는 사람들의 외유성 출장 문제가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여론이 폭발 직전이다.

그래도 눈치 보지 않고 해외출장을 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의정활동에 도움이 된다면 눈 딱 감고 보내줘야 한다. 여러 나라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세상 돌아가는 걸 알아야 우리나라에 필요한 법이 무엇인지도 깨달을 수 있다.

문제는 해외출장 그 자체가 아니다. 출장지에서 쓸데없는 짓을 해도 걸리지 않는 시스템이 문제다. 음주운전 잡자고 운전하는 행위 자체를 비난해선 안 되는 것이다.

의원들 출장 내역을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외유성 출장이 계속 문제가 되는 이유는 출장지에서 누구를 만나 무슨 일을 했는지 통제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공식 출장을 가는 경우 출장을 다녀온 뒤 20일 이내 성과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보고서는 국회 홈페이지에 공개돼 누구나 볼 수 있다. 그런데 보고서를 검토한다 해도 돈을 어디서 얼마나 썼는지까진 알 수 없다. 회계내역은 필수 제출사항이 아니다. 비공식 출장일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출장 목적조차도 파악하기 어렵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외유성 출장 논란이 터지자 여야 모두 폭로전에 나섰다. 이번 출장 논란이 '누가누가 더 비도덕적으로 다녀왔나' 경연하는 것으로만 끝나선 안 된다. '좋은 출장'을 보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모든 해외출장은 국가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눈치 볼 이유도 없고, 봐서도 안 된다. 외부기관 돈이 아닌 국민 세금으로 당당히 다녀올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가 조여야 할 것은 국회의원에게 들어가는 '인풋'이 아니다. 제대로 된 '아웃풋'을 내놓을 수 있도록 압박하는 것이 우선이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자. 그리고 나중에 떡 두 개를 당당히 요구하자. 그것이 국민의 권리이자 국회의원의 의무다.

golee@fnnews.com 이태희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