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정부의 추경 편성을 반기는 이유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2 17:13

수정 2018.04.12 17:13

[특별기고] 정부의 추경 편성을 반기는 이유

정년퇴임을 앞둔 K부장은 요즘 마음이 편치 않다. 아들(첫째)은 대학 졸업 후 '취업 재수'를 하고 있고, 딸(둘째)은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6년째 대학을 다니고 있다. "얼른 취업해라" "얼른 졸업해라" 다그치고 싶지만 풀죽은 녀석들 얼굴을 보면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K부장의 아들딸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빠 은퇴 전에 취업하고 싶었는데… 이젠 최대한 빨리 취업하는 게 목표다. 그런데 올해도 취업이 어려울 거라고들 한다.
취업 생각만 하면 답답하다. "니들이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봤어"식으로 호통치는 어른을 보면 대들고 싶어진다. "그때는 희망이라도 있었잖아요"라고.

이런 모습이 K부장 가정뿐이겠는가. 은퇴하는 베이비부머는 노후 걱정, 베이비부머의 자녀 세대인 에코부머(echo boomers)는 취업 걱정. 수심에 쌓인 가정이 많다.

특히 에코세대의 취업문제는 '재난'에 가깝다. 3% 안팎의 저성장이 7년째 지속되고 주력산업 경쟁력이 약해지면서 일자리는 좀체 늘지 않고 있다. 반면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에코세대 인원은 2021년까지 계속 늘어날 거라고 한다. 이에 따라 '일자리 쟁탈전'이 불가피해졌고, 일자리 창출이 국정 최우선과제로 떠올랐다.

정부가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그렇다고 공공부문 채용을 마구 늘릴 수는 없다. 대기업을 향해 채용을 늘리라고 압박하는 것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현재로서는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재정을 늘려서라도 창업을 촉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는 지금 창업 경쟁으로 빨려들고 있다. 거의 모든 국가가 창업 활성화에 총력을 쏟고 있다. 창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한국 주력산업을 위협하고 있는 중국의 창업 열기가 뜨겁다. 중국은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창업기업을 일컫는 '유니콘'이 미국 다음으로 많다. 한국도 창업 활성화에 관한 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중국에 비하면 유니콘 숫자가 10분의 1도 안되고 젊은이들이 여전히 대기업이나 공무원을 선호하지만 창업에 대한 관심은 현저히 높아졌다. 대학마다 창업 동아리가 붐을 이루고, 창업한 지 3~4년 만에 회사를 수백억원에 매각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젊은이들을 창업전선으로 내몰아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창업을 통한 혁신은 세계적으로 대세가 됐다. 모바일, 빅데이터, 인공지능, 비트코인 등의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이를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에 결합해 판을 바꾸는 현상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혁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창업을 통해 혁신을 꾀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때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정부가 창업 활성화에 총력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청년일자리대책'을 발표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추경을 편성한 것은 창업계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창업진흥원은 이런 추세에 부응해 정부와 창업계를 잇는 다리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김광현 창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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