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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미 협상 막바지, 환율주권 훼손 없어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2 17:13

수정 2018.04.12 17:13

김동연·므누신 전화 통화.. 투명성 높이되 간섭 없길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한.미 간 환율협의가 막바지 단계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통해 한국의 환율정책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김 부총리는 "한국은 환율조작국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환율조작국 지정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까지 협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한국은 이번에도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지난해 10월에도 한국을 환율조작국보다 한 단계 낮은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객관적 여건으로 보면 지난해보다 상황이 유리해졌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크게 줄었다. 국내총생산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여전히 2%를 넘었지만 흑자액은 줄었다. 외환시장에서 GDP 대비 매수(원화절하) 개입 비중도 제한선(2%)을 넘지 않았다. 미국이 환율조작국 지정기준으로 삼는 세 가지(무역수지, 경상수지, 매수개입 비중) 요건이 모두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도 미국이 환율 문제를 한국에 통상압력을 가하는 무기로 쓰고 있는 점이 문제다. 미국은 지난달 마무리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환율협의를 연계하려 했다. 재협상 결과를 설명하면서 "원화절상을 FTA 부속합의에 넣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의 환율주권을 훼손하는 발언으로 환율이 급락하는 등 외환시장에 즉각적 파장을 불러왔다. 시장에는 아직도 '제2의 플라자 합의설'이 나돌고 있다. 플라자 합의는 1980년대 중반 미국과 일본 간의 엔화 대폭 절상에 관한 합의로 이후 일본 경제에 '잃어버린 20년'의 단초가 됐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미국의 이 같은 압력은 도를 넘은 것이다. 환율정책의 투명성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환율수치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월권이다. 한국은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하지 않는다. 한국의 환율정책은 김 부총리가 지적했듯이 두 가지 원칙으로 운영된다. 환율은 수급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한다는 것과 쏠림 등으로 환율 급변동 시에만 시장안정조치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근원적으로 환율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이것이 불신을 낳는 요인이다. 환율주권을 지키면서 외환시장의 투명성을 함께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미국도 양해각서(MOU) 체결이나 매도개입 공개 등과 같은 무리한 요구를 거둬들여야 한다. 시장개입 내역의 자율적 사후공개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한.미가 모두 수긍할 수 있는 타협점을 모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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