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美 핵항모 출동비를 우리가 대라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5 16:52

수정 2018.04.15 16:52

방위비 분담률 지금도 높아.. 상시배치 아닌데 왜 돈내나
내년부터 5년분의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액을 결정하는 방위비 협상이 큰 고비를 만났다. 미국이 대(對)한반도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한국이 일부 부담하라고 요구하면서다. 지난 주말 제주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협정(SMA) 2차 회의에서 불거진 이슈다. 미국의 요구대로라면 분담금이 연간 수천억원 증가하게 된다. 정부는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비용 지원'이라는 애초의 원칙에 어긋나는 비용 분담에는 확실한 선을 긋고 협상을 이어가기 바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분담금 인상을 공개적으로 요구해 왔다.
한국을 '안보 무임승차국'으로 지목하며 100% 부담을 주장한 적도 있다. 동맹도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하는 그인지라 이번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 요구도 분담금을 높이기 위한 협상전술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말려들어서는 곤란하다. 전략자산 전개비용은 미 핵추진항공모함이나 B-1B 전략폭격기 등이 출동할 때마다 드는 비용이다. 지난해 미 주요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비용은 약 3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중 절반만 한국이 부담해도 1500억원이 늘어난다.

한국의 올해 분담금은 약 9602억원으로, 시설과 용지의 무상제공 등을 감안하면 분담률이 60~70% 선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미국의 다른 동맹국인 일본(50%)과 독일(20%)의 분담률을 상회한다. 분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문제를 떠나서도 정부가 호락호락해선 안 될 이유는 많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제5조는 한국은 시설과 용지를 미국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미국은 주한미군 유지비용을 모두 부담하게 돼 있다. 다만 1991년부터 '한시적 특별조치'인 한.미 SMA를 통해 주한미군 유지비용의 일부를 한국이 부담하기로 했다. 전략자산 전개에 따른 비용의 경우 한.미가 분담비율을 정할 근거 자체가 없는 셈이다.

물론 북한이 핵.미사일을 폐기하지 않는 한 확장억제력 강화 차원에서 미 전략무기의 상시.순환 배치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에 따를 비용 부담은 별도의 협상틀로 논의할 일이다. 모법 격인 SOFA를 휴지로 만들면서 전략무기의 일시 전개비용을 분담금 협상의 의제로 삼아선 안 된다.
문재인정부가 다음 달 워싱턴에서 열릴 10차 SMA 3차회의를 앞두고 확실한 대응논리를 미리 강구하도록 당부한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