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현장르포] '엔지니어들의 천국' 다이슨 싱가포르 테크놀로지 센터(STC)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6 06:00

수정 2018.04.16 06:00

세계 최고 엔지니어들 제품 연구 한창… STC는 24시간 가동 중
세계 유수 공학도 모이는 싱가포르에 연구기지 둬
엔지니어 300여명 한 빌딩서 음향.기류.스마트홈 등 연구..스스로 원하는 제품 만들어내
센터 20분 거리 제조공장에서 제품 핵심 '모터' 전량 생산
올해 R&D에 매출 60% 투자..전기차 시장 진출 본격 준비
싱가포르 웨스타파크 비즈센트럴 빌딩 11층에 덜어선 다이슨 모터 제조 라인(SAM) 전경. 다이슨은 지금까지 SAM에 2억5000만 파운드를 투입했다.
싱가포르 웨스타파크 비즈센트럴 빌딩 11층에 덜어선 다이슨 모터 제조 라인(SAM) 전경. 다이슨은 지금까지 SAM에 2억5000만 파운드를 투입했다.

15일 STC에서 음향 엔지니어 니클러스 유가 소음테스트를 해보고 있다.
15일 STC에서 음향 엔지니어 니클러스 유가 소음테스트를 해보고 있다.

【 싱가포르(싱가포르)=박소연 기자】 "공기가 꺾이는 V8 청소기는 몸체가 짧아 다루기 쉽다. 신제품 V10 청소기는 직렬형으로 몸체는 길지만 흡입력이 좋다.
두 제품은 대체재가 아니다."

15일 다이슨은 싱가포르 테크놀로지 센터(STC)를 국내 언론에 최초 공개했다. 다이슨 유체역학 엔지니어 요한 버즐은 "V10 청소기는 공기 흐름을 방해하는 장치를 최소화해 V8보다 흡입력이 20% 향상됐다"면서 이처럼 설명했다.

통상 신제품이 기존 제품의 문제점을 보완해 나오는 것과 달리 다이슨에서는 기술자들의 '필요'에 따라 새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기술'에 방점이 있다보니 청소기, 헤어드라이어, 공기청정기 등 언뜻 보기에 전혀 다른 제품들이 하나의 원리에서 나왔다. '공기 흐름(Airflow)'이다. 날개 없는 선풍기로 혜성처럼 전자업계에 등장한 다이슨은 제품에 따라 기술을 만들지 않고 기술에 제품을 적용하고 있다.

■엔지니어들이 원하는 제품

다이슨 유진 라나다 수석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실내 공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를 어떻게 시각화할 수 있을까에서 시작했다. 미세먼지, 이산화질소, 습도, 온도 등 센서와 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액정표시장치(LCD)창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STC는 엔지니어들의 천국이다. 300명이 넘는 엔지니어들이 한 빌딩에 모여 음향, 기류, 센서, 스마트홈 등 각자의 연구 파트에서 일한다. STC는 24시간 가동된다. 각 파트에서 어떤 연구가 이뤄지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된다. 소통이 쉽다.

엔지니어들은 아이디어를 내고 또 내고 제시 받은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바를 만들어낸다. V10의 경우도 소비자의 목소리가 아니라 공기 흐름 방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목적이 동력이 됐다.

다이슨의 기술 파트를 총괄하는 존 월러스 수석 엔지니어는 "우리는 시장 판도에 관심이 없다. 경쟁업체들이 오른쪽으로 가고 있으면 우리는 오히려 왼쪽으로 간다. 경쟁업체를 따라할 일이 없다. 그들이 우릴 따라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향후 4년 간 매출 2배 증가 예상"

다이슨이 연구 기지로 싱가포르를 택한 이유도 우수한 엔지니어 인프라 때문이다. STC는 세계 최고 공학도들이 모인다는 싱가포르국립대학(NUS) 캠퍼스 바로 인근에 위치한다. STC와 모터 공장 SAM에 고용된 1100명의 직원 중 싱가포르 국적 개발자는 1000명에 달한다.

다이슨의 생명 '모터'도 전량 싱가포르에서 생산된다. STC와 차량으로 20분 남짓 떨어진 웨스트파크 비즈센트럴 빌딩에 위치한 모터 공장 SAM은 첨단 자동화 제조 시설로 운영된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초정밀 작업들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SAM의 헹키 위라완 모터팀 리드 엔지니어는 "자동차 바퀴가 균형이 맞지 않으면 흔들리듯 모터도 미세한 불균형이 생기면 흔들린다"면서 "미세한 불균형도 없도록 표면을 깎아 진동을 줄이는 초정밀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이슨은 지금까지 SAM에 2억5000만파운드(3709억원)를 투입했다. 대부분 자동화에 투자한 돈이다. SAM에서는 2012년부터 작년까지 4000만개의 모터가 생산됐다. 생산량 증가율은 점점 늘어 지난해 한 해 생산량이 1000만개를 처음 넘겼다.

존 월러스 수석 엔지니어는 "SAM은 1년에 최대 1800만개의 모터를 생산할 수 있다(CAPA)"면서 "올해는 1300만개 생산이 목표"라고 말했다.

■매출 60% R&D에...전기차 향해 질주

기술 기업, R&D 기업답게 다이슨이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비중은 일반 가전 기업의 평균수준을 뛰어넘는다. 매년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연구개발(R&D)에 쏟고 있다. 국내 전자업체의 매출 대비 R&D 투자비율 평균은 10%를 밑돈다. 다이슨은 올해는 기술 투자에 작년 매출(5조2000억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25억파운드(3조6000억)를 쏟아 부을 예정이다.


다이슨이 본격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만큼 배터리 기술과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에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존 월러스 수석 엔지니어는 "다이슨은 자동차를 만드는데 필수 기술인 모터, 배터리, 여과장치, 조명을 이미 만들고 성공했기 때문에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다이슨은 최근 2020년까지 배터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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