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업계·정책

한국GM 노조, 내부 반발 기류확산...협상에 새변수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7 15:54

수정 2018.04.17 15:54

직원 인증을 받은 개인들만 게시글을 올릴 수 있는 '블라인드'에 지난 15일 한국GM의 기로를 묻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투표가 시작됐다. 17일 오전 기준 한국GM 직원 303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68%가 회사안 수용에 찬성하고 있다.
직원 인증을 받은 개인들만 게시글을 올릴 수 있는 '블라인드'에 지난 15일 한국GM의 기로를 묻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투표가 시작됐다. 17일 오전 기준 한국GM 직원 303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68%가 회사안 수용에 찬성하고 있다.
한국GM 노조의 강경일변도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내부반발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부도시한 임박에도 벼랑끝대치로 불안감이 증폭돼 합의를 촉구하는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반면, 노조는 지난 9일 조합원들의 소통창구인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 운영을 중단했다. 불만의 목소리는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로 옮겨갔다. 한국GM 노조 조합원들이 '회사안 수용'과 '법정관리'를 묻는 자발적인 투표를 진행중이다. 사내에선 우선합의에 '나도 찬성한다'는 의미의 미투 운동까지 일어나는 등 일방통행식 투쟁노선에 반기를 드는 조합원들이 늘고 있다. 노조가 파업권 확보에도 찬반투표를 거쳐 실제 파업으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내부에서 터져나오는 합리적인 회생안 요구가 향후 노조가 전향적인 자세로 선회하는 변수가 될 지 주목된다.

■노조 파업권 확보, 실행은 어려울 듯
17일 중앙노동위원회는 한국GM 노조가 지난 2일 신청한 '쟁의조정'에 대한 제3차 조정회의에서 한국GM노사측에 조정중지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노사간 견해차가 커 조정이 쉽지 않아서다. 이는 노조가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는 것으로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최후의 카드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파업 수순을 밟기에는 노조집행부가 감당해야할 위험부담이 만만치 않다. 현재 분위기로는 가결보다는 부결에 무게가 쏠려서다. 이 경우 집행부는 노조의 대표성을 상실하는 치명타까지 입을 수 있다.

쟁의행위 결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는 총원에서 50% 이상 찬성해야 가결된다. 한국GM 노조원은 희망퇴직 등으로 크게 줄어 현재 약 1만명 규모로 5000명이상이 찬성해야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그러나 2008년 부결된 전례는 노조집행부에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파산직전에 내몰린 GM의 여파가 한국GM에도 미치면서 노조는 파업카드를 꺼내들었다. 파업권 확보후 찬반투표를 밀어부쳤지만 부결됐고, 집행부의 위상은 곤두박질쳤다. GM이 데드라인으로 잡은 오는 20일까지 파업 행사도 시간적으로 무리다. 일반적으로 노조의 파업은 쟁의권확보→대의원대회, 조합원 찬반투표 일정확정→1~2일간 투표→(가결시) 쟁의대책위원회, 파업일정확정으로 이어지는 수순을 밟는다. 짧아도 3~4일로 20일까지 파업돌입은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우선합의 '나도 찬성'…사내 '미투'운동 확산
사내에서는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노조집행부가 생사의 기로에 선 한국GM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이 닫히자 '블라인드'에는 연일 노조를 성토하는 내용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조합원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는 노조 집행부를 탄핵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GM 직원들에 따르면 블라인드에는 집행부가 직원들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지 않다며 탄핵하자는 투표 게시글이 올라왔고, 실제 투표 참여자 중 90%가량이 공감을 나타냈다. 어렵게 재개된 지난 16일 8차 교섭에서도 별다른 전략 없이 같은 주장과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노조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내부에선 조속한 합의를 촉구하는 실명으로 작성된 '우리 사무직원들은 회사 제시안에 우선 합의를 원합니다' 라는 제목의 메일도 돌고 있다. 회사가 제시한 단계적 협상안을 우선 받아들이고, 노조는 벼랑 끝 협상 전략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주장이다.
찬성하는 직원은 메일로 미투운동을 전개하자는 독려도 담겼다. 이 글은 현재 많은 직원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한국GM 협력사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들은 부평공장 본사를 방문해 직원들에게 즉각적인 협상 마무리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배포했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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