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보편요금제 대안, 알뜰폰을 활용하자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8 17:04

수정 2018.04.18 17:04

[특별기고] 보편요금제 대안, 알뜰폰을 활용하자

지난해 3.4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보급률은 122%를 넘어섰지만 통신비 부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쟁이 심화되고 수요가 공급을 넘은 현 상황에서 이동통신 이용가격이 떨어져야 정상이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하는 보편요금제는 이동통신시장에 가성비 논의를 촉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보편요금제 도입 시 월 2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음성 200분.데이터 1GB를 사용하며 네트워크 접근성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궁극적으로 요금인하 경쟁을 촉발, 가계통신비 부담을 경감하려는 도입 취지 역시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보편요금제가 지속 가능한 가성비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통사의 요금체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보편요금제의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는 일시적이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데이터형 요금제 기준으로 5만원대 후반 요금제의 1MB당 요금단가는 3만원대 초반 요금제에 비해 최대 10배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월평균 데이터 5GB 시대로 접어든 요즘,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대다수 고객이 데이터 제공량은 적고 단가는 더 높은 보편요금제를 선뜻 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통사가 고객의 보편요금제 선택을 줄이기 위해 고가요금제 중심 가입자 유치에 더욱 치중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보편요금제의 지속 가능한 대안은 없을까. 필자는 알뜰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알뜰폰은 합리적인 요금과 서비스로 이동통신시장의 가성비 부문을 담당해왔다. 이통사 대비 절반 가까이 저렴한 요금제는 물론 월 1만원대에 데이터 1.5~2GB를 제공하며 보편요금제에 상응하는 혜택도 이미 구현한 바 있다. 알뜰폰 관계자들은 도매대가 구조개선 등 현실적 지원책이 마련된다면 월 2만원대에 데이터 5GB 이상을 제공하는 요금제도 충분히 출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동통신 생태계가 가성비를 넘어 이용자의 마음까지 담는 시장으로 진일보하기 위해서도 알뜰폰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알뜰폰은 단순 저가상품을 넘어 기존 통신사가 커버하지 못한 다양한 고객수요를 만족시킬 맞춤형 상품을 통해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마니아층에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외산폰을 단독 수급하거나, 남은 데이터를 요금할인으로 돌려주는 요금제 등이 그 예다. 알뜰폰 활성화를 통해 인위적 가격조정 정책으로 인한 시장왜곡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유효경쟁 체제에서 고객의 선택권과 가격의 합리성을 높이는 방향이 현실적인 보편요금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합리적 가격은 물론 차별화된 서비스로 항공여행 대중화를 이끈 저가항공 성공사례에 다시금 주목하게 된다.
중소 신생항공사들은 사업 초기 정부의 도움으로 저가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고, 합리적 가격경쟁 체제하에 특화 서비스까지 더하며 독자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이제 이동통신 시장도 탄탄한 가성비 경쟁력을 갖추고,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으로 바뀌어야 한다.
정부의 입체적 지원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보편요금제를 선보이며 소비자 만족 시대를 열어갈 알뜰폰에 새로운 기대를 걸어본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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