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남북정상회담] 南北, 비핵화와 함께 '종전' 매듭.. 美 '키맨'으로 역할분담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8 17:26

수정 2018.04.19 15:22

폼페이오 - 김정은 극비리 만난후.. 트럼프 "남북의 종전논의 축복"
靑 "정전협정, 평화체제 전환 검토".. 시진핑, 북미회담 직후 방북 조율
트럼프 손잡은 아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두번째로 미국을 찾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베 총리와 회동에 앞서 "남북의 종전 논의를 축복한다"고 강조했으며 아베 총리는 강경한 대북압박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낸 트럼프 대통령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손잡은 아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두번째로 미국을 찾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베 총리와 회동에 앞서 "남북의 종전 논의를 축복한다"고 강조했으며 아베 총리는 강경한 대북압박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낸 트럼프 대통령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현재 남북이 '종전선언'을, 북.미가 극비리에 접촉해 '비핵화' 논의를 타진 중인 사실이 처음으로 공개됐다.청와대는 3자(남·북·미) 또는 4자(남·북·미·중) 합의의 틀을 통해 종전선언과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를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매듭짓겠다는 구상이다.
종전선언 및 평화체제 전환은 지난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10.4 선언에도 포함됐던 내용이다. 11년 만의 재논의인 셈이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과거와 다른 점은 '키맨'인 미국을 이 논의에 적극 가담시키겠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미국과의 관계설정 모델로 '빌리 브란트-에곤 바' 사례를 들었다. 그는 과거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와 그의 핵심참모 에곤 바가 동방정책을 펼치는 서독에 대해 의구심을 품은 미국을 어떻게 대하고 설득했으며, 이를 통해 독일통일의 초석을 세울 수 있었다는 독일통일사의 한 대목을 복기했다. 임 실장은 "남북 간 대화를 하는 데 1을 공들였다면 한.미 간 소통엔 3 이상의 공을 들였다. 남북, 북.미가 함께 가고 있다는 것은 그동안 풀지 못한 '근본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임 실장의 발언 후 약 12시간도 채 안된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남북이 '종전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이 논의를 축복한다"고 밝혔다.

현재 남북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종전선언을 핵심 의제로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 미국 대통령 입에서 처음 나온 것이다. 한.미가 원활히 소통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타전되자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한반도 안보상황을 궁극적인 평화체제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사실상 확인했다. 또 "(종전선언이) 남북 간 합의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필요하면 3자 간, 4자 간 합의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종전'이라는 표현이 꼭 사용될지는 모르겠으나 남북 간 적대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합의는 (이번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 어떤 형태로든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종전선언 추진은 지난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 정상회담에서도 합의됐던 사항이나 3자·4자 논의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정권 말 미국이 이 문제에 말려들 생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역시 정권교체를 앞둔 상황이었다.

미국은 이번엔 역할분담에 확실히 나선 모습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는 지난달 말 장관으로 지명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극비리에 평양을 방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면담했다. 비핵화 문제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파악된다.

비핵화 의제와 종전선언 문제는 연결고리를 형성하며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가 한반도에 배치된 미군의 전략자산 무기나 주한미군 철수, 핵우산 철회를 의지하는 것인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날 춘추관을 방문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비핵화의 의미가 나라마다 다르다고 보지 않는다.
우리와 미국,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가 다 같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 CNN은 5월말 또는 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 직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비핵화 협상 및 종전선언 논의가 4자 틀 내에서 다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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