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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러스트벨트'를 가다] 정부는 분권·지방은 독립.. ‘자립형 경제블록’ 완성해야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8 17:35

수정 2018.04.18 17:35

<3부> 기업 유치가 해법 (2) 지자체에 권한 이양해야
경남은 경남답게, 전북은 전북답게
지난 20년간 재원과 정책을 쏟아부었지만 중앙집권화는 계속해서 강화되고 있다. '서울공화국'이 한층 공고화되는 모양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십조원의 혈세를 들여 지역경제 살리기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한 이유는 제대로 된 지역발전 정책이 없어서다. 저성장시대 극복을 위한 새로운 지역발전 모델이 시급한 이유다.

■지역산업, 지역에서 스스로 찾아야

현재 지역발전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치권의 영향 등에 따라 예산,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에 실질적 권한과 기능이 없어 지방 자원과 역량의 생산성이 저하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중앙정부 중심의 공급자 위주 사업추진은 지역불균형을 초래하고 경쟁, 낭비 심화에 따른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저해되고 있다. 중앙에서는 부처와 부처, 중앙과 지방 사이인 부처와 지자체, 지자체 간 연계도 미흡하다. 그 결과 유사.중복사업이 발생하고 중앙부처의 총괄 조정 및 모니터링.컨설팅도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또 중앙정부에 대한 재정의존도가 매우 높아 지방정부의 자율성 제고는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크지 않다. 예컨대 충북 바이오, 광주 광산업, 강원 의료기기 등 지역전략산업은 정부의 대규모 재정투자에 힘입어 기업 집적 등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자생적 산업생태계로 온전하게 작동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이들 지역산업은 허브 역할을 하는 선도기업의 부재, 기업 규모의 영세성 등으로 지역산업 전체의 스케일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클러스터로서 지속성장의 관건인 창업.스핀오프 활동은 기대에 미달한다.

이에 지역산업이 극복해야 할 과제는 지역에서 스스로 찾고 지역 산업생태계에 맞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점진적으로 중앙에서 지방으로 재정과 사업을 위임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중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서비스경제연구부장은 "지역산업정책의 효과성 극대화를 위해서는 지역의 주체적 역할과 참여가 중요하다"며 "지방정부의 자율과 책무를 함께 제고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방분권으로 신성장동력 찾자

1995년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 구현'이라는 기치 아래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에 대한 논의가 쟁점으로 등장했다. 과도하게 집중된 중앙권한에 대해 지역의 자율성 등을 고려한 분권화 정책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역의 특수성을 외면하는 중앙집권적 행정에 대한 불만, 중복적인 규제, 부처할거주의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으며 정부 활동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지극히 낮아 투자 의사결정 등에 지장이 많은 게 현실이다. 이에 지방분권을 통해 권한을 중앙에서 지방으로 내려주고 재정분권을 통해 지방에 재원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두희 산업연구원 지역정책연구실장은 "중앙정부는 캐치가 안되고 지역이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이제는 지역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작동 메커니즘을 만들어주는 전략을 짜야 한다"며 "지방이 스스로 먹거리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권한 가져와 지역산업 '활기'

권한 있는 중앙정부는 지역 실정을 알지 못해 활용가능한 자산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권한이 없는 지방은 이 자산을 지역발전 자원으로 활용할 의지나 역량이 없다. 지역자산의 미활용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지방 분권을 통해 권한이 중앙에서 지방으로 이양되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실제 지방 주도로 지역발전을 추진해 성과를 낸 사례도 많다. 부산의 항만이 과거 북항에서 신항으로 옮겨갔다. 신항이 시설이 좋기 때문에 노후한 북항은 아무도 이용하지 않고 컨테이너 창고로 전락했다. 중앙정부에서는 항만법상으로 법의 테두리 내에서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했다. 이에 부산시에서 직접 나서 2016년 11월 30일 '해양산업클러스터의 지정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게 됐다. 이를 통해 해양산업 단지를 조성했을 때 북항 A부두 생산유발효과는 약 2조9000억원, 취업유발효과는 1만8000명으로 추산된다.

도시관리계획 승인 등에 관한 사무가 국가에서 지난 2009년 시.도로 내려온 데 이어 2014년에는 시.군.구로 이양됐다. 이에 여주, 이천, 성남 등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대규모 아울렛을 허가해줘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켰다. 만약 국토교통부에서 이 권한을 계속해서 갖고 있었다면 실현되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이 같은 시설이 들어서려면 기존에는 8년 정도의 기간이 걸렸지만 계획 수립기간이 2년으로 단축됐다.


정현민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역혁신국장은 "우리나라는 현재 지방자산이 큰 의미가 없다"며 "지역에서는 중앙에서 권한을 안 줘서 손을 못댄다. 인력, 자산이 다 있어도 쓰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앙공무원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획일적이고 행정적인 것만 생각하지만 지방에서는 지역의 발전을 생각한다"며 "지방이 가지고 있는 유무형의 자산을 쓰지 않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며 분권을 통해 국가 자산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 이병철 차장(팀장) 김아름 김용훈 예병정 박소연 장민권 기자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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