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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 '장애인표준사업장' 인증받은 에스원CRM, 장애인 직원에 주력 업무 배치.관리자 승진 등 동등 기회

최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9 17:07

수정 2018.04.1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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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근로자 203명 중 절반 가까운 98명이 장애인
업무역량 일정 수준 이상 유지위해 교육장 등 마련
에스원CRM 장애인 직원들이 비장애인 직원과 함께 업무 협의를 하고 있다.
에스원CRM 장애인 직원들이 비장애인 직원과 함께 업무 협의를 하고 있다.

【 수원(경기도)=최영희 중소기업전문기자】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에 위치한 에스원CRM. 장애인의 날(4월20일)을 하루 앞둔 19일 에스원CRM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에스원CRM이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인증받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어지는 모든 문은 자동문이다. 계단에는 경사로가 설치돼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도 불편함 없이 이동했고 복도는 휠체어도 넉넉하게 오갈 수 있도록 널찍했다. '휴엔케어'에서는 직원들이 시각장애인 안마사로부터 안마를 받으며 업무 피로를 풀었고 휴게실에서 자유롭게 업무를 논의하고 있었다.


■직원 절반이 장애인, 8년 연속 우수 콜센터

에스원CRM은 에스원의 고객상담 서비스, 사무지원 업무 등을 담당하는 자회사다. 전체 직원 203명 중에 98명이 장애인 근로자다. 장애인 비중이 48.2%, 거의 절반에 이른다. 장애인 직원 중 43명은 기술상담을, 41명은 고객상담을 맡고 있다. 고객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에스원 직원이 바로 이들인 셈이다. 지난 2010년 설립된 에스원CRM은 2011년 6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인증받았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고용의무 사업주가 장애인고용을 목적으로 일정 요건을 갖춘 자회사를 설립할 때 자회사에서 고용한 장애인을 모회사에서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서 고용률에 포함시키는 제도다.

근무환경 뿐 아니라 감정노동자들인 직원들을 위한 복지 수준도 높다. 휴엔케어에서 안마를 받으며 피로를 풀 수 있고 2명의 청각장애인이 따로 마련된 네일아트 공간에서 여성 직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에스원 CRM은 장애인 직원들이 업무를 익히고 익숙하게 처리할 수 있는 충분한 사전준비의 기회를 준다. 직원들이 업무역량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기 위한 교육장도 마련돼 있다. 2층에 있는 기술지원센터는 근무 직원 모두가 지체장애인이다. 기술지원센터 직원들은 CCTV 작동여부나 컴퓨터 프로그램 오류문제 해결 등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부분을 다룬다.

이러한 배려와 노력은 채용된 장애인들의 업무 배치 후 즉각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에스원CRM 설립 이후 고객 불편사항이 전문 상담사에 의해 신속하게 처리되자 고객들의 대기 시간이 줄어들고 고객만족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여기에 더해 장애인 직원들은 뛰어난 집중력과 인내력으로 고객을 응대해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에스원CRM은 8년 연속으로 우수 콜센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장애인 근로자에 특화된 업무와 근무환경으로 비장애인 못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에스원CRM 직원이 회사 내부에 설치된 힐링룸에서 네일아트를 받고 있다.
에스원CRM 직원이 회사 내부에 설치된 힐링룸에서 네일아트를 받고 있다.


■급여와 진급에서 차별 없어

에스원CRM이 가진 특징 중의 하나는 입사 후 장애와 비장애인간 차별이 없다는 점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급여나 진급에서 차별이 없고 실적에 대한 인센티브도 동일하게 지급하고 있다. 실제 장애인 관리자(상담팀장) 2명이 배출됐다. 오로지 능력만을 보는 평등 문화가 정착된 것이다. 더욱이 다른 회사와 비교할 때 장애인들이 회사의 주력업무에 배치되고 있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에스원CRM은 장애인 고용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가기 위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장애인력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증.여성 장애인의 근무가 용이하도록 재택 근무제, 시간제 근무제를 도입했다.

기술상담그룹에서 7년간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정삼무 상담 팀장은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업무를 발굴하고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업무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면서 "비장애인과 동일한 고용 조건에 크게 만족한다"고 말했다.

경영지원그룹에서 계약문서업무를 담당하고 단시간근무(4시간)를 하는 유혜정 사원은 "아이들을 키우는 주부로서 원하는 시간대에 근무할 수 있어서 회사일과 가사를 병행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다른 어떤 회사에서도 이렇게 배려하고 지원해 주는 곳은 드물다"고 말했다.

에스원CRM은 2013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올해의 편한 일터 우수상', 2014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장애인고용유공부문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또한 2016년 장애인 고용 우수사업주로 선정됐고 2017년에는 장애인 고용을 촉진한 공로로 트루컴퍼니상 대상을 수상했다. 트루컴퍼니상은 장애인 고용을 적극적으로 실천한 기업에 정부가 수여하는 상이다.
그리고 올해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으로부터 '8년 연속 우수 콜센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에스원CRM 김상준 사장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업무성과가 낮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에스원CRM의 장애인 직원들은 오히려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어 "장애인, 비장애인의 벽을 넘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장애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근무환경 조성 등 장애인 고용을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yutoo@fnnews.com 최영희 중소기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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