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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정부의 기업 자율권 침해를 우려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9 17:14

수정 2018.04.19 17:14

CEO 선임에 일일이 간섭
이래서야 혁신이 나올까
기업 일에 자꾸 정부가 끼어들고 있다. 반기업 정책도 문제, 경영진을 제 뜻대로 바꾸려는 시도도 문제다. 지난해 봄 문재인정부가 출범할 때 기업 자율이 위축될 거란 우려가 컸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규제완화는 입도 벙긋하기 힘든 분위기다. 21세기 나라의 성패는 혁신이 좌우한다.
기업은 혁신을 이끄는 주체다. 한국은 그런 기업을 찍어누르지 못해 안달한다.

포스코 권오준 회장은 18일 물러날 뜻을 밝혔다. 지난해 주총에서 연임에 성공했지만, 2차 임기만료(2020년)를 2년 앞두고 사퇴한다. 권 회장은 19일 출근길에 기자들이 외압설을 묻자 "그런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외압설을 두고 있네, 없네 논란을 벌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부끄럽다. 앞서 17일엔 KT 황창규 회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황 회장 역시 지난해 연임했지만 권 회장과 동병상련이다.

금융권 관치는 여전하다. 금융당국은 이른바 '셀프연임'을 들어 금융지주사 회장 선임에 감 놔라 배 놔라 한다. 급기야 서로 감정이 틀어져 으르렁대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여파로 금융감독원장 사퇴라는 전례 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부는 법인세율을 올렸고, 최저임금도 무리하게 인상했다. 근로시간 단축 일정을 너무 급하게 잡는 생산현장에선 아우성이다. 이런 마당에 고용노동부는 반도체 기술을 공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반도체는 한국이 세계 1위를 지키는, 몇 안 되는 기술 중 하나다. 이런 기술을 외국 경쟁사에 다 보여주겠다는 건가. 중국이 반도체 기술을 따라잡으면 국내 반도체 고용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고용부가 고용을 갉아먹겠다는 게 당최 말이 되는가.

블록체인 정책은 한마디로 지리멸렬이다. 키우겠다는 건지 없애겠다는 건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선 가상화폐공개(ICO) 금지 조치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ICO를 하려면 비싼 돈 들여가며 외국에 나가야 한다.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정부가 손놓고 있는 동안 한국이 블록체인의 실리콘밸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 문명 비평가인 기 소르망은 지난 17일 국내 강연에서 "한국식 경제모델이 더는 통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무엇보다 정부가 자꾸 시장에 끼어드는 게 원인이다. 기 소르망은 "신생기업 수가 적은 것도 한국 사회의 역동성이 떨어지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관치 버릇이 몸에 밴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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