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현장르포]미리 가본 남북정상회담 장소 판문점..김정은 넘어올 MDL에는 긴장·기대감 교차

김은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9 17:40

수정 2018.04.19 17:40

푸른색 T1.T2.T3 사이로 金 건너와 文대통령과 악수
차로 올땐 T3옆 차도 이용 회담장 평화의집 공사 한창..20께 단장 마무리될 듯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바라본 북측 판문각의 모습. 군사분계선(MDL) 위에는 5개의 건물이 나란히 있다. 이들 중 푸른색 건물 3개를 유엔사가 관리한다. 오른쪽부터 T1(중립국감독위원회 회담장), T2(군사정전위원회 회담장), T3(실무장교 회담장). '임시(Temporary)'의 첫 글자를 따 명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남측 평화의집으로 도보로 이동할 경우 T1과 T2 사이 또는 T2와 T3 사이로 건널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진=김은희 기자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바라본 북측 판문각의 모습. 군사분계선(MDL) 위에는 5개의 건물이 나란히 있다. 이들 중 푸른색 건물 3개를 유엔사가 관리한다.
오른쪽부터 T1(중립국감독위원회 회담장), T2(군사정전위원회 회담장), T3(실무장교 회담장). '임시(Temporary)'의 첫 글자를 따 명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남측 평화의집으로 도보로 이동할 경우 T1과 T2 사이 또는 T2와 T3 사이로 건널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진=김은희 기자


【 파주(경기)=김은희 기자】 2018 남북정상회담을 아흐레 앞둔 지난 18일 찾은 '분단의 상징' 판문점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휴전 상태인 남북한 군인이 서로 대치하며 풍겼던 기운과는 분명히 다른 종류의 긴장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첫 만남을 차질없이 준비하겠노라는 다짐의 긴장이었고 평화라는 새로운 시작을 열기를 바라는 염원의 긴장이었다.

서울 광화문에서 차로 꼬박 1시간30분을 달리자 '통일의 관문'이라는 파주 통일대교가 눈에 들어왔다.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선) 출입을 위해 신분증을 확인하겠다"는 군인에게 신분증을 내어보이고 다시 판문점을 향했다. 창밖으로는 '군사시설 사진촬영 금지' 팻말이 보였다. 고작 5분쯤 갔을까. 유엔사 경비대대, 일명 JSA(공동경비구역) 경비대대 부대 안으로 들어섰다.

"여기서부터가 비무장지대(DMZ)입니다." 1번국도 양옆으로 황량한 대지가 펼쳐졌다. 곳곳에 꽃나무도 몇 그루 보였지만 초록의 봄기운과는 거리가 멀었다. DMZ 내 유일한 마을인 대성동을 지나자 멀리 왼쪽으로는 인공기가 펄럭이는 북한 기정동 마을이, 오른쪽으로는 북한과 겨우 25m 떨어져 있는 최전방 GP(감시초소)가 보였다. '북한이 이렇게 가깝구나'라는 감상에 젖을 새도 없이 판문점에 도착했다. 남북이 서로를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하고 있는 곳이다.

판문점에는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남측엔 자유의 집과 평화의 집이, 북측엔 판문각과 통일각이 있다.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곳은 평화의 집. 이날 평화의 집은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입구가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어 내부를 확인하긴 어려웠으나 작업복을 입은 인부가 바쁘게 오가는 모습이 언뜻언뜻 보였다. 20일에는 정비가 완료된다고 현장 관계자는 전했다. 2층 회담장과 대표 대기실, 3층 연회장(대회의실)도 단장을 거의 마친 상황이란다. 현장 관계자의 설명을 듣다 보니 남북 정상이 나란히 평화의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절로 그려졌다.

평화의 집에서 남서쪽으로 130m 떨어져 있는 자유의 집은 북측 판문각과 마주보고 있다. 자유의 집 2층 북쪽으로 난 출구로 나가자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로 익숙한 장면이 펼쳐졌다. 다만 영화처럼 남북의 군인이 마주 선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우리 군이 건물을 에워싸고 북측을 응시하고 있던 것과 달리 북한 군은 멀리 판문각 입구에서 오가는 모습만 포착됐다. 현장 관계자는 "평상시에는 우리도 경계근무를 서지 않고 카메라를 통해 감시한다"고 설명했다.

자유의 집과 판문각 사이에는 5개의 건물이 줄지어 있다. 이들 중 푸른색 건물 3개동이 남북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이다. T1.T2.T3로 불리는 이들 건물은 각각 중립국감독위원회 회담장, 군사정전위원회 회담장, 실무장교 회담장으로 쓰인다. '임시(Temporary)'의 첫 글자를 따 명명했으나 65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도록 '임시로' 사용 중이다.

T2 건물에 들어서면 남북 간 회담을 위한 탁자가 중앙에 놓여 있다. 탁자 위에 놓인 마이크 줄이 MDL 역할을 한단다. 창밖을 보니 남북 영토를 구분해놓은 콘크리트 턱과 일직선 위에 있다. T2 건물 내에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중앙탁자 바깥 쪽으로 가는 것이 지금으로선 북한 땅을 밟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밟는 김 위원장은 판문각 앞에서 전용차량에서 내린 뒤 도보로 MDL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T1과 T2 사이 또는 T2와 T3 사이로 건널 가능성이 크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만 차량으로 이동할 땐 T3 건물 오른편에 있는 차도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1998년 6월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준비한 소 500마리가 실린 트럭이 지나가 이른바 '소떼 지나간 길'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며칠 후면 김 위원장이 MDL을 넘고 문 대통령은 악수를 청하며 그를 맞이할 테다.
바로 이곳 판문점에서다. 청와대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표어를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고 했고 회담을 통해 '판문점 회담'이 정착되길 바란다고 했다.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이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을지, 이제 8일 남았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