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국채 금리 다시 3% 노리나..유가 흐름에 쏠린 눈

마켓포커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0 11:27

수정 2018.04.20 16:41

최근 두바이유 흐름, 자료=코스콤 CHECK
최근 두바이유 흐름, 자료=코스콤 CHECK
최근 미국채 2년물 금리가 2.4%를 넘어선 가운데 이번엔 장기물 금리 상승이 두드러졌다.

코스콤 CHECK단말기(3931)를 보면 간밤에 미국채10년물 수익률은 4.53bp 오른 2.9103%를 기록해 2.9%대로 올라섰다.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2.9%대로 올라선 것이다.

미국채10년물이 올해 마지막으로 2.9%를 기록한 시점은 2월 22일(2.9198%)이었다. 미국 금리는 이후 줄곧 2.8%대를 기록하다가 3월27일 2.7764%로 하락하면서 2.7%대로 진입했으며 이달 2일엔 2.7373%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4일 연속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2.9%대로 다시 올라선 것이다.


미국채30년물 수익률은 4.3bp 상승한 3.0993%를 나타냈다. 국채2년물은 0.44bp 상승한 2.4317%, 국채5년물은 2.91bp 오른 2.7549%에 자리했다.

그간 연준의 금리인상 기대감과 장기적으로 보면 경기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 등으로 단기 위주의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수익률 곡선이 평탄화되는 흐름이 이어졌다.

일드 커브 플래트닝, 즉 수익률 곡선 평탄화 흐름이 되돌려진 데엔 몇 가지 요인이 있어 보인다.

우선 커브 조정엔 최근 빠르게 진행된 커브 플래트닝에 따른 조정 심리, 향후 채권발행이 증가할 수 있다는 관점 등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수익률 곡선이 빠르게 누운데 따른 조정이 작용했지만, 수급 부담도 작용하고 있다. 연준이 채권 매입 규모를 줄여 대차대조표를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 감세에 따라 연방 부채가 1조5000억달러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이 감안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물가 상승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장기 금리 상승을 이끈 주된 요인이다.

■ 상승 중인 국제유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글로벌 공급과잉 등으로 2016년 2월 중순 26달러를 저점으로 반등해 2017년 상반기까지 40~55달러 박스권을 형성한 후 하반기부터 다시 상승세로 전환됐다.

19일 WTI는 18센트 하락한 배럴당 68.29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장중엔 69.56달러로 2014년 11월 28일 이후 최고치로 오르기도 했다.

WTI는 올해 들어 13% 가량 올랐으며, OPEC과 러시아 등의 감산이 시작된 2017년 초 대비로는 27%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19일 30센트 상승한 73.78달러를 기록했으며, 장중엔 2014년 11월 27일 이후 최고치인 74.75달러를 찍기도 했다. 브렌트유는 올해 들어 10% 남짓 올랐으며, 2017년 초 대비해선 30% 가량 상승했다.

국제유가는 특히 최근 빠르게 올랐다. 유가가 거의 3년 반래 최고치까지 상승하는 모습 등은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였다. WTI는 최근 8거래일 동안 8% 정도 올랐다.

원유 대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 심지어 100달러까지 오르길 바란다는 코멘트를 하기도 했다. 물론 시장에선 최근 유가가 꾸준히 오르고 상승 요인이 가격에 충분히 반영돼 당장 더 오르기 쉽지 않다는 진단들도 나온 상태다.

■ 유가 추가상승 전망들

국제금융센터는 20일 "상ㆍ하방 압력이 교차하던 원유시장 여건이 4월 들어 상방압력 우세로 전환 됨에 따라 단기적으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5월 미국의 JCPOA(이란핵협정) 탈퇴 여부, 6월 OPEC 감산 연장 여부, 드라이빙 시즌 시작 등 주요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어 당분간 상방압력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세계 경기호조로 원유 수요가 견조세를 나타내는 상황에서 미국의 JCPOA 탈퇴, OPEC 감산연장 합의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대두될 경우 유가는 공포 프리미엄 (fear premium)의 큰 폭 상승으로 오버슈팅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봤다.

JP모간은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80달러까지 상승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생산증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 등 유가 하방요인의 영향력은 상반기 중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주요 해외 금융사(IB)들은 펀더멘탈 개선(수요증가), 지정학적 리스크(이란, 베네수엘라 상황) 등을 반영해 유가 전망치를 큰 폭 상향조정했다. WTI 기준으로 당초 40달러대 후반~50달러대로 전망하던 기관들이 60달러대로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WTI는 60달러대 후반까지 올라왔다.

국제금융센터는 "유가 상승은 일반적으로 다른 원자재가격의 상승을 유도해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글로벌 금리상승→자산시장 불안 및 소비심리 위축 등 세계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풀이했다.

■ 국금센터가 분석한 4가지 유가 상승 이유

국제금융센터의 오정석, 김희진 연구원은 최근 유가 강세의 배경으로 ▲ 견조한 수요 ▲OPEC 감산 재연장 추진 ▲중동 지정학적 불안 ▲베네수엘라 생산 불확실성 등을 4대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우선 미국 수요가 금년 1~4월 둘째 주까지 전년대비 5.4% 증가하고, 중국 3월 원유 수입은 역대 2위를 기록하는 등 수요 호조세가 지속됐다. 주요 기관들은 글로벌 경기회복을 배경으로 금년 수요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조정했다.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미국의 수요는 2017년 일일 2,038만배럴로 전년대비 2.5% 증가한데 이어 금년 1~4월 둘째 주에도 2,067만배럴로 5% 이상 오른 것이다. 세계 2위 소비국인 중국의 3월 원유수입은 일일 922만배럴로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다. 1분기 전체적으로는 전년비 7.0% 늘어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3위 소비국인 인도의 3월 수입 금액은 13.9%, 1분기로는 28.5%나 늘었다.

유럽 쪽 수요는 2015년 이후 회복세로 돌아섰으며, 올해 1분기 중 0.6%로 전분기(1.8%)보다 둔화됐으나 13분기 연속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연간 수요증가율을 2016년 1.6%에서 2017년 1.7%, 2018년 1.8%로 3년 연속 증가세 확대 전망을 내놓고 있다.

OPEC은 감산 재연장을 추진 중이다. 사우디는 글로벌 과잉재고 해소 등 감산목표가 상당 부분 달성 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산으로 공급과잉 우려가 상존한다며 감산 연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금센터 연구원들은 "지난 2017년 1월부터 OPEC 감산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는 감산종료는 시기상조라는 시각 하에 감산기간(금년말 종료)의 재연장을 적극 추진 중"이라며 "EIA에 따르면 3월 OPEC 생산은 일일 3,183만배럴(전월비 -20만배럴), 감산이행률 163%로 목표를 크게 상회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원들은 "그동안 출구전략을 요구했던 러시아 입장도 최근 연장 찬성으로 선회하는 조짐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요인도 유가 상승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5월 12일 JCPOA 탈퇴 가능성을 천명한 가운데 JCPOA 탈퇴시 세컨더리 보이콧 재개로 이란발 공급차질이 불가피하다. 시리아 사태 등도 중동 정세불안 및 공급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연구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이란의 핵협정(JCPOA) 준수를 승인하지 않았으며, JCPOA의 결함이 수정되지 않을 경우 5월 12일 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천명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참모진을 초강경파로 교체함에 따라 미국의 JCPOA 탈퇴 가능성은 90%에 육박한다는 분석도 있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 생산 불확실성도 있다. 최근 생산은 1950년대 수준으로 급감했으며, 중국과 러시아 등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문제점들이 산재해 있어 생산 감소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00년 일일 300만배럴을 상회하던 생산량은 2005년 250만배럴 수준으로 감소했고 2016년 이후 감소세가 가속화된 가운데 금년 3월에는 150만배럴을 하회한다.

연구원들은 "지난 1999년 차베즈 대통령 집권 이후 숙련노동자 해고(→정치적 지지자들로 대체), 석유 프로젝트 국유화(→메이저사 이탈), 사회복지지출 확대(→투자부족) 등이 생산 감소의 근본 배경"이라며 "최근에는 미국의 경제제재, PDVSA 디폴트 위기 등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 등 동맹국들의 지원에도 불구 단시일내 구조적 문제점들의 해결이 어려워 금년 생산은 일일 140만배럴 또는 그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대두한 상태다.

■ 유가는 금리를 올릴 것인가

흔히 금리 인상 요인과 관련해 ‘수요측면’ 물가 압력에 무게를 둔다. 유가나 농산물 등 공급측 물가 압력 요인은 기조적인 물가흐름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배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급과 수요 요인이 무 자르듯이 딱 갈라지지 않는다. 국제 유가 급등 효과가 파급되면 결국 정책금리도 인상 압력을 받는다.

한국은행은 이달 12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3.0%, 소비자물가 1.6%를 제시했다. 당시 전망을 하면서 사용한 원유도입단가는 평균 배럴당 60달러를 전제했다. 지난해 53달러보다 높인 것이다.

미국 WTI나 브렌트유가 70달러 내외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많이 도입하는 두바이유 역시 70달러를 약간 넘어선 상태다. 한은이 경제전망에서 활용한 도입단가 예상치보다 유가가 더 높을 수 있다.

신영증권의 천원창 연구원은 “유가 상승은 현재 진행형이며, WTI 기준 70달러대에 진입할 것”이라며 “OPEC과 non-OPEC의감산이행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천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호조에 따른 수요 강세, 시리아 사태 확전 가능성, 미국 원유재고의 계절적 감소 기간 진입 등도 유가 추가 상승을 지지해 주는 재료”라고 분석했다.

그는 연초의 전망인 올해 WTI 67달러대 예상을 유지하지만, 유가 상승압력이 계속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글로벌 시장에서 물가연동국채에 이런 기대감이 반영되기도 했다.

즉 인플레이션 기대를 보여주는 BEI(Breakeven Inflation Rate)가 최근 급하게 올랐다. BEI는 명목 국채 금리에서 물가연동국채 금리를 뺀 값이다. 미국 채권시장의 10년물 BEI 는 219bp(2.19%)까지 올라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독일 BEI 역시 141bp로 4년래 최고 수준이다. 국내 역시 물가채가 꿈틀거렸다.

국내 이자율 시장에서도 유가가 얼마나 더 오를지 관심이 크다. 물가 압력으로 미국채 금리가 오르면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미국채 금리가 다시 2.9%를 넘어섰는데, 유가로 인해 인플레 압력이 커질지 봐야 할 것같다”면서 “다만 미국채 금리가 3%를 보려면 유가가 지금 수준에서 한 단계 더 급등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신권의 한 물가채 투자자는 “미국 금리가 3%에 도달할지가 큰 관심사”라며 “ 미국 금리가 이 지점을 돌파할지, 다시 막힐지 추이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채권 포지션을 보면 미국 금리가 3% 앞에서 막힌다고 보고 포지션을 잡은 세력들이 많다. 동시에 커브도 플랫으로 잡아 현재 포지션 쏠림이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사실 최근 글로벌 이자율 시장에선 커브 프래트닝 무드 속에서 향후 장단기 금리 역전, 경기침체 전주곡 등을 거론하는 언급들이 적지 않게 나온 것도 사실이다.


이 매니저는 “유가가 추가로 오르면 이 같은 포지션을 잡은 세력들이 못 버티고 풀어버릴 수 있다. 이런 경우 금리 오버슈팅이 일어날 것”이라며 “다만 빅 피겨는 쉽게 뚫리지 않는 법이고 현재 경기여건을 아주 긍정적이라고 보기도 어려워 실제 3%가 뚫릴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매니저는 “미국채 3%가 뚫리려면 국제유가가 90불 근처로 가야 할 것”이라며 “최근 빠르게 올라온 유가가 계속 지속적인 상승을 보이긴 어렵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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